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19일 "정부가 노조에 대한 일정한 규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혀 노조비리 예방을 위한 정부차원의 규제책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8시 서울 조선호텔에서 고려대 노동대학원 주최로 열린 '2005년 노동정책 방향'이라는 주제의 초청강연에서 최근 노동계 비리사건과 관련해 이 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과거에는 노동운동이 일방적으로 탄압 받다가 1987년 이후 민주화 물결 속에서 노조에 대한 감시ㆍ견제 장치가 사실상 없어졌다"며 "최근 사태를 고려할 때 이제는 극에서 극으로 간 것을 중간지대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노조의 내부 감사제도나 외부의 감시ㆍ견제체제도 있을 수 있고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다면 정부의 일정한 규제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김 장관의 발언은 사실상 통제장치가 없는 노조에 대한 혁신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있다. 노조의 구조적인 비리는 더 이상 조합 내부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공익에 해가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노사관계 로드맵)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앞두고 최근 궁지에 몰린 노동계를 압박키 위한 전술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동부는 이미 노조의 재정과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노조에 대한 회계 감독권이 있었으나 현재는 폐지된 상태"라며 "노조가 자체적으로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별도의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노조 회계에 대해서는 노동조합법에 따라 행정관청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경리상황을 조사하거나 필요한 서류를 검사할 수 있었다. 1987년 이후부터 '조사 가능'으로, 1997년 이후에는 '운영상황 보고'로 점차 완화해 사실상 자율적인 회계 감사를 보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12일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노조의 회계 감사 강화를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따라서 노조 개혁은 국회 논의로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계는 노조 회계에 대한 정부의 조사나 감독권은 노조 탄압의 빌미로 악용될 수 있고 노조의 생명과도 같은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이수봉 교육선전실장은 "정부의 규제 운운은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훼손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발표하고 "권위주의 정권 때의 노동통제장관의 언사를 떠올리게 하는 월권행위"라고 비난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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