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말뿐인 국회개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말뿐인 국회개혁

입력
2005.05.19 00:00
0 0

정치개혁안이 나왔다.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정치개혁협의회가 정치적 자유의 확대, 정치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 그리고 국민참여의 확대를 기본 방향으로 한 정치개혁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그런데 이 정치개혁안에는 국회 개혁 과제가 빠져 있다. 국회에 정치개혁특위와 별도로 국회개혁특위가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국회 개혁 과제를 다루지 못했던 것이다.

국회개혁특위는 지난 해 4ㆍ15 총선 직후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만나 정치 개혁을 약속한 ‘5ㆍ3협약’을 근거로 설치되었다. 그러나 2004년 말까지 국회 개혁을 완수하겠다던 협약은 실천되지 않았다. 국회 개혁 특위는 활동시한을 6개월 연장하면서 1년을 끌어왔지만 4월 임시국회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회개혁특위의 유일한 활동은 4월 28일 국회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국회 운영의 합리화와 투명성 강화, 국회의원 윤리 강화 방안 등에 대해 각계 의견을 청취한 것뿐이다. 국회개혁특위 이윤성 위원장이 국회 개혁의 추진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4월 국회가 끝났다.

공청회에서 민주노동당 조승수,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하고, 국회 개혁을 위한 범국민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국회개혁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국회개혁특위가 지금처럼 운영되면 국회 개혁이 물건너간다는 문제제기였다. 실제로 6월 국회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입맛에도 맞고 합의하기 쉬운 몇 가지만 형식적으로 처리하고 특위를 마감할 가능성도 있다.

특위 활동시한 재연장이 시급한 과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윤성 위원장과 문석호 의원, 박재완 의원 등 여야 간사들이 국회 개혁 의지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국회 개혁을 둘러싼 쟁점과 개혁 과제는 4ㆍ28 공청회에서 거의 다 확인되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일한다면 특위 활동시한을 굳이 연장할 필요가 없다. 국회개혁 의지가 약하다면 활동시한이 연장된다 해도 또 다시 허송세월만 하고 말 것이다.

이제 며칠 지나면 국회는 개원 한 돌을 맞는다. 17대 국회 1년의 성적표는 어떨까. 별로 좋지 않다. 17대 국회에 대해 국민들은 많은 기대를 걸었다. 또 국회의원과 정당 스스로 국민에게 정치 개혁을 약속했다. 그러나 바른 정치를 다짐했던 17대 국회는 국민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거센 비난을 받았던 16대 국회는 정말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할 일은 제대로 못하면서 해서는 안 될 일은 다 해 보았다. 국민을 무시하고 국정 운영을 뒤엉키게 만든 국회에 대해 국민은 17대 총선에서 엄정한 심판을 내렸다. 국민의 정치 개혁 요구가 대폭적인 물갈이로 나타난 것이다.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17대 국회이기에 그 이전과 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 같은 믿음을 17대 국회는 여지없이 깨버렸다. 16대 국회와는 달리 17대 국회는 법정 개원일을 지키지 못했다. 17대 국회가 열리고 처음 한 일은 선거법을 위반한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이었다.

국회를 공전시키는 모습도 여전했다.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색깔론으로 얼룩졌고, 첫 정기국회는 예산안을 법정 기일 안에 처리하지 못했다. 면책특권을 악용한 ‘아니면 말고’ 식의 근거 없는 흑색선전과 폭로정치도 여전했다. 낡은 모습을 떨쳐버리고 ‘일하는 국회’와 ‘생산적인 국회’가 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국회를 지켜보는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따뜻한 눈길로 바꾸기 위해서는 국회의 정책기능을 활성화하고, 정책결정, 의정활동의 투명성을 강화해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위상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