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한류(韓流) 1호’. 일본 사람들이 그에게 붙인 별명이다. 2년 전 한국에서 펴낸 그의 재즈사(史) 만화 ‘재즈 잇 업(Jazz it up)1’이 바다 건너 가 톡톡하게 대접 받고 있다. 재즈평론가 남무성(38).
지난 1월 일본의 세계적 재즈 전문 월간지 ‘스윙 저널’에서 번역 연재를 시작한 이래 본토 한국에서보다 더 큰 화제가 됐다. 재즈 마니아 층이 확고한 일본인들은 “세계에서도 전례 없는 평론가 만화”라고 열광했다. 출판사 자체 회의를 거쳐 원래에 없던 관련 명반 해설 코너까지 둘 정도였다.
재즈에 대한 탄탄한 이해, 정통파(홍익대 시각디자인과) 데생 실력, 만화적 상상력 등이 그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루이 암스트롱의 소년원 에피소드 등 재즈사의 뒷얘기들을 ‘정사(正史)’와 엮어 내는 솜씨에 회당 8쪽의 분량이 못내 아쉽다는 말을 일본측 출판사로부터 자주 들었다.
“내년 초 1권 연재가 끝나면 곧 바로 2권도 번역 게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통사(通史)가 아닌 걸출한 스타일리스트들의 이야기로 짜여진 2편에서는 그의 입심이 더욱 힘을 발휘한다.
거기에다 강태환, 박재천 등 한국의 재즈 뮤지션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더 기대가 된다. 그는 1, 2권 연재를 모두 마치는 데 대략 3년쯤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단행본으로 출판해 달라는 요청도 적지 않다는 것.
지난해 초 일본의 재즈 전문 레이블 ‘서니사이드 뮤직’이 1권을 입수해 ‘스윙 저널’측에 소개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제 책을 무려 8개월 동안 검토하더군요. 일어 잘 하는 후배가 단락별로 번역해 주면 꼼꼼하게 수정을 요구해 왔죠.” 먹거리는 벤또로, 재미를 주기 위해 등장시킨 노무현은 고이즈미로 바꿔 달라는 식이었다.
일본 뿐이 아니다. 이달 초 대만의 출판사 ‘차이나 타임스 퍼블리싱 컴퍼니’가 출판 계약서를 보내 왔다. 번역은 자체 대행사를 통해 할 테니 동의만 해 달라는 조건이었다. 대만쪽에는 가타부타 확답은 주지 않은 채 “유럽쪽에 노출만 시켜달라”며 일단 운을 띄워 놓고 반응을 기다리는 중이다. 재즈 장편 만화란 구미쪽에도 찾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재즈란 유행을 타지 않는, 세계인의 문화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어요.” 어느덧 한국 재즈를 대표하는 위치에 선 그는 자신의 책이름을 딴 시리즈 재즈 콘서트를 이끌어 오고 있는 기획자이기도 하다. 지난 3월 26일 첫 발을 뗀 ‘포노(Phono) 재즈 잇 업’이 그것.
이후 매달 말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에메랄드홀에서 박성연 - 신관웅의 ‘재즈 레전드’를 비롯해 한상원, 웅산, 젠틀 레인 등 한국 재즈의 신구세대가 총동원하는 무대가 펼쳐져 오고 있다. 내달 24일 김용우와 슬기둥 등 젊은 국악인들이 꾸밀 ‘국악과 재즈’편을 주목해 달라는 당부다. 그 때부터는 라이브 녹음 음반을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배포, 재즈팬들에게 소중한 추억 거리로 만들어 줄 계획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