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이례적으로 ‘가계 발(發) 금융불안’ 을 경고하고 나섰다. 금리상승, 주가하락 등 금융환경이 악화하면 가계 부실이 심화하고 그로 인해 금융시장이 겉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엔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금융회사들이 있다. 시장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늘리려는 이들의 과당경쟁과 저금리라는 매력에 빠진 고객들이 뒤엉켜 곳곳에서 신용거품이 일고 있는 게 위험의 요체다.
우선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은행권의 가계대출 301조여원 중 주택담보대출이 172조원에 달하고 올들어서도 5조원 늘어났다. 지역에 따라 집값의 40~60%만 빌려주도록 감독당국의 규정이 마련돼 있으나 실제로는 이 규정을 어기거나 저축은행이나 할부금융 등의 편법을 동원, 80~90%까지 대출받는 사례가 빈번하다.
문제는 이 돈이 대부분 변동금리 대출인데다 사용처도 부동산이나 주식 등 리스크가 큰 상품이라는 점이다. 리스크 관리능력이 취약한 가계로선 경기흐름이 반전돼 금리가 오르거나 주가가 떨어지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카드사들이 마구잡이식 회원 확장과 신용 남발로 40조원의 돈을 날려 우리 경제를 만신창이로 만든 게 엊그제다. 그런데도 카드사들은 최근 또다시 무이자 할부서비스, 무절제한 현금서비스 및 카드 대출 등 제살 깎아먹기식 영업을 재연하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미미하고 생산-고용-소비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신용 확대는 가계채무를 늘려 내수기반 안정이라는 목표와도 배치된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금융회사들의 과다경쟁이 ‘승자의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작금의 거품이 통제되지 못하면 재앙은 승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정책당국은 적절한 거품이 내수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으나 외환위기나 카드대란에서 보듯 위험신호에 늑장대처한 결과는 늘 참담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