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주벌은 풍요의 대명사다. 남한강의 범람으로 형성된 비옥한 흙은 찰진 쌀과 질 좋은 도자기의 원료가 된다. 그 곳의 산물은 남한강을 따라 가 궁궐에 진상품으로 바쳐졌다.
세종대왕릉과 효종왕릉, 명성황후생가, 신륵사 등은 놓칠 수 없는 여행지 목록의 상위권을 차지한다. 비옥한 땅에로의 여행은 늘 즐겁다.
여기에 새로운 즐겨움이 하나 추가됐다. 19일 문을 연 해여림 식물원이다. 온 종일 해가 뜨는 여주의 숲이라는 뜻이란다. 이름부터 정감이 간다. 여주군 산북면 상품리 흙석이골(방축골) 일대에 자리 잡았다.
본디 세종대왕릉 후보지로 점쳐질 정도로 명당으로 인정 받던 고을이다. 그러잖아도 햇살이 풍부한 지역이라 식물원의 입지로는 최적인 셈이다. 무엇보다 5개의 주제별 동산이 이채롭다.
식물원에서 가장 아랫 부분에 위치한 ‘꿈의 동산’은 낭만이 있는 공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매표소를 지나면 천연지라는 연못을 만난다. 1,000여평의 연못에 갓 피어난 형형색색 400여종의 수련이 탐스런 꽃을 피우고 있다.
연못을 가로질러 만든 나무 산책로를 따라 연꽃 구경에 빠지는 맛도 쏠쏠하다. 천연지 뒷편에 조성된 여림정원에는 골든타임, 단풍제라늄, 빅토리오 라벤더 등 110여 가지의 허브가 관람객의 코를 쉴 새 없이 자극한다.
‘희망의 동산’은 측백나무 아래 미로숲 일대를 일컫는다. 히어리, 댕강나무, 철쭉, 벌개미취 등이 군락을 이룬 달빛정원, 돌단풍, 잔디패랭이, 흰줄무늬사사 등 각종 식물과 암석이 조화를 이룬 암석원이 기다린다.
‘미래의 동산’은 식물원 관람의 백미 코스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곳은 비밀의 화원. 튤립과 히아신스가 4~5월 내내 화사한 자태를 뽐냈고, 나리와 백합은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태세다.
가을에는 국화, 겨울에는 눈꽃을 감상할 수 있다. 화원 아래 아치 터널에는 으아리, 나팔꽃이 터널을 따라 덩굴을 이루고 있고, 향기가 백리를 간다는 분꽃나무는 군락을 만들었다. 나라꽃 정원에서는 태극 모양의 정원을 가득 메운 250여종의 무궁화가 꽃을 활짝 피울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행복의 동산’은 웰빙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식물들의 경연장이다. 모시대, 노루발풀, 천궁, 지황, 만병초 등 약용 식물 1,000여종을 심어 놓은 동의보감 정원, 적오크(상추), 홍현채(식용 아마란스) 등 140여 가지의 채소를 한 데 모은 풍요의 정원 등이 자리잡고 있다. ‘보람의 동산’에는 장미원, 습지원, 아이리스원, 자연생 태원 등이 조성돼 있다.
여기까지 둘러보는 데 3시간이 훌쩍 지났다. 식물원 전체 면적은 21만평. 관람 면적은 6만평. 타 식물원에 비해 큰 규모는 아니지만 관람 시간이 길다. 국내 최초로 관광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식물원이기 때문이다. 볼거리를 테마별로 한 데 모으는 등 관람객의 입장에서 설계한 관람 동선이 자랑이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식물원의 특성상 경사진 곳이 많지만 경사도를 낮추기 위해 최대한 배려했다. 볼거리는 많지만 힘은 덜 드니 힘들이지 않고 오래 구경한다.
관람 통로에는 비가 와도 물이 바닥으로 스며드는 투스콘을 깔았다. 신록으로 뒤덮인 해여림에서의 하루, 여주 여행의 즐거움을 더 하는 곳이다. 입장료 성인 8,000원(주말 9,000원), 어린이 3,000원(주말 4,000원). 30명 이상 단체일 경우 할인 혜택이 있는데, 5일 전까지는 예약이 필수다. (031)882-1700. www.yearimland.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