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허물을 들추면 죄를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공자는 성인이었으나 자신의 허물을 알고 지적해 주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만약에 스님들이 이런 말을 핑계로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면서 거리낌이 없다면 이 말은 신도들에게는 좋은 약이 될지언정, 스님들에게는 독약이 될 것이다. 슬프다.”
중국 명(明)대의 선사 주굉스님은 ‘죽창수필’에서 이렇게 한탄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스님이나 목사, 신부 등 종교인들에 대한 비판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요즘 한국의 종교, 특히 성직자들을 향해 제대로 된 비판을 하는 사람도 찾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참여불교재가연대가 발행하는 계간 ‘참여불교’가 1990년대 이후 사유화, 세습화, 권력화, 보수화하고 있는 한국 종교계의 부정과 부패구조를 본격 해부하는 기획 ‘이제, 종교개혁이다-종교의 권력화를 진단한다’를 마련했다. 불교, 가톨릭, 개신교 교단에서 신도들의 참여를 배제하는 권위주의적 운영구조와 권력집중 현상을 작심하고 비판한 것이다.
먼저 재가연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의 정웅기 정책실장은 ‘조계종 권력과점 현상의 심화와 그 문제점’에서 “불교계(조계종)에 권력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서의현 총무원장이 재임할 때였다”고 밝혔다.
그는 “1994년 종단개혁 후 불과 10년이 지난 지금 지역 교구본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소 문중과, 몇 개의 교구본사를 아우르는 대 문중이 종단의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교구 본사 내 주요 그룹이 권력을 갖는 과점화 현상이 급속히 정착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실장은 또 입법기능을 담당하는 중앙종회가 폭 넓은 인사권과 불징계특권 등을 기반으로 조계종 권력의 핵심으로 등장했으며, “일승회 금강회 보림회 등 세속의 정당을 연상케 하는 정치 세력들이 폭로전과 언론플레이 등 세간의 정당정치를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는 ‘개신교의 권력화현상을 진단한다’에서 교계 리더십 세습, 금권선거, 권위주의적 교회구조 등이 개신교 권력화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유명 대형교회의 담임목사직이나 큰 선교단체의 대표직 세습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은 그 자리가 재정과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며, 교회 회계장부 조작을 통해 교계 지도자 선거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관행이 됐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인천의 한 교회에서 장로 후보자들에게 ‘장로로 선택될 경우 2,000만~3,000만원의 헌신을 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면서 개별 교회들에도 금권선거가 만연해 있다고 질타했다.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원 박문수 박사는 ‘가톨릭교회 권위주의의 양상과 해결방안’에서 “90년대 말부터 교회 내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사제가 본당, 교구 운영권을 독점하는 교회 구조와 사제들의 전횡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 박사는 사회에서 능력 있고 성공한 이들이 교회 안에서 미숙아 취급을 받고, 사제들이 신자들의 나이를 가라지 않고 반말을 한다거나 미성숙한 행동을 할 때 신자들은 이를 권위주의적 태도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안으로 정 실장은 조계종 선거제도 폐지와 진정한 권력 분산을, 박 목사는 교회 현안에 대한 비판과 민주적 정관 갖기 운동 등을, 박 박사는 좀더 개방적인 가톨릭의 모습을 각각 제시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 유상태씨 배타주의 비판 책 출간
지난해 10월 ‘강의석군 사건’으로 목사직을 반납한 류상태 전 대광고 교목실장은 지금 거리에서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학내 종교의 자유와 예배선택권을 요구하던 강 군이 제적당하자 그는 20년 넘게 걸어온 목회자의 길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생계는 불안했지만 양심의 요구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인터넷 카페 ‘불거토피아’를 중심으로 기독교의식개혁운동도 펼치고 있는 류씨가 주류 개신교를 비판하는 신앙고백서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삼인 발행)을 펴냈다. 그에 의하면 한국의 주류 개신교는 언제 공중폭발 할지 모르는 채 날고 있는 심각한 결함을 가진 비행기와 같다.
그는 이 책에서 대형교회 담임목사 세습, 절대화되고 있는 목사의 권위 등 개신교의 문제 들을 망라하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밴드를 동원한 음악으로 시작됐다.
가끔 하느님과 예수의 은총을 찬양하는 내용이 나오면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다 통곡으로 변했다. 밴드의 음악은 더욱 강렬해지고 찢어질 듯한 소리를 지르며 통성기도를 한다. 나는 처절한 심정으로 귀를 막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기독교인이며 목사라는 사실에 절망해야 했다.”
‘뜨레스 디아스’. 스페인어로 ‘3일’이라는 뜻의, 요즘 유행하는 개신교 영성훈련 프로그램 체험기에서 그는 “자주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박탈당하고 거의 어린아이가 되었다”고 암담한 개신교 영성의 현실을 고백했다.
그는 ‘성서 문자주의’에 근거한 독선과 배타성이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면서 “성서의 언어는 객관적 진술이 아니라 고백의 언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배타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또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기독교인을 ‘우물안 개구리’로 보는 안티기독교인들의 시각을 소개하면서 목사들 중에 우물 밖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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