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누구나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얘깃거리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가 그럴 것이고 부인네들이라면 시집살이가 한 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비슷한 경험이 주는 공감대라고 할까요.
북한강을 따라 춘천 가는 길의 추억도 그 중 하나입니다. 대성리, 새터, 청평, 강촌…. MT다 뭐다 학창 시절 덜컹거리는 경춘선 열차에 한 두 번씩은 몸을 실었을 겁니다. 불 같은 연애에 빠졌을 땐 강바람에 신이 났고, 실연의 아픔에 쓰린 가슴을 달랠 땐 북한강의 물안개 속에 숨어 들었습니다.
지금도 예전의 그 물인 양 멈춘 듯 그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북한강. 사실 북한강은 강이라기 보다 호수입니다. 금강산 구룡연 코스의 상팔담처럼 호수 아래에 다른 호수가 받치고, 그 아래에 또 호수가 연결돼 있는 형태입니다.
금강산에서 발원한 물은 내처 서해로 달리지 못한 채 화천댐, 소양댐,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팔당댐 등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에 갇혀 있습니다.
멈춰선 강에 물을 건너지 못한 산들은 섬이 되고 말았습니다. 서러움 때문인지 그 섬들은 찬바람 부는 계절엔 ‘북한강에서’를 노래한 정태춘의 음울한 목소리 같은 짙은 안개를 피어냅니다.
북한강의 새벽은 사철 고요합니다. 바스러진 아침 빛에 비친 수면은 거울 같습니다. 지금은 따뜻해진 날씨탓에 안개옷을 입진 않습니다. 동트는 시간에 맞춰 그물을 거두러 가는 어부의 배가 가늘고 긴 파문을 남길 뿐입니다.
선명한 오후 햇살 아래선 호수는 초록의 세상입니다. 호수를 감싼 푸른 산과 호수를 품은 초록의 섬이 물로 녹아 들었습니다.
모터 보트가 자지러지는 굉음을 내며 포말을 흩뿌리지만 넉넉한 초록빛 호숫물은 굉음과 그 위에 올라탄 사람들의 비명 소리까지 바로 감싸버립니다. 노 젓는 배에 올라탄 연인들의 낭만도, 수상 스키에 몸을 맡긴 젊음도 물은 포근히 품에 안습니다.
진초록이 뚝뚝 묻어나는 북한강은 이제 여름을 재촉하며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어서 와서 그 간의 추억을 모두 덮어 버릴 더 뜨겁고 진한 추억을 남기라고요.
북한강(춘천)=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신록 피크닉/ 북한강 남이섬·중도·고슴도치섬
호반의 도시 강원 춘천. 춘천댐 소양댐 의암댐과 청평댐에 싸여 있는 물의 도시다. 찬바람 부는 계절, 도시 전체를 휘감는 물안개 장막덕일까, 지금껏 그 청정함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의암댐에서 춘천댐으로 오르는 403번 지방 도로는 천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북한강의 묘미가 내내 함께 한다. 붕어섬 하중도 상중도 고슴도치섬 등이 호수에 둥실 떠있는 모습에 브레이크로 자꾸만 발이 간다.
춘천의 섬들 중 일반에 개방된 곳은 3곳이다. ‘겨울 연가’로 유명한 남이섬과 강변가요제가 열렸던 중도, 또 ‘춘천 마임 축제’가 열리는 고슴도치섬이다. 섬마다 그 규모는 달라도 숲길과 잔디밭, 펜션, 수상스포츠 기구 등을 구비하고 있어 단체 야유회는 물론 가족이나 연인끼리 떠나는 신록의 피크닉 장소로는 그만이다.
수상스포츠 등 호숫가의 물놀이도 빼놓을 수 없는 흥겨움이다. 하늘을 에워싼 숲길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면 청량함에 가슴이 탁 트이고, 넓고 푹신한 잔디밭에선 맘껏 뛰어다닐 수 있는 즐거움만 할까.
♣ 고슴도치섬(위도)
3개의 섬 중 가장 상류에 있다. 신매대교가 섬을 가로지르고 있어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고슴도치를 닮았다는 이 섬은 남이섬, 중도에 비해 작기도 하지만 한적하고 수더분하다.
이제 막 개발이 진행 중인지 깨끗하고 단정된 느낌은 아니다. 잡초가 우거지고 평탄치 않은 흙길이 되레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풀밭엔 민들레가 홀씨를 가득 품어 눈송이 같은 풍선꽃을 피우고 있다. 저편 운동장은 체육대회 출전한 여중생과 야유회 나온 여대생들로 한껏 들떴다. 푸른 잎새 같은 요란한 함성 소리가 꽃가루 날리는 하늘에 파랗게 울려 퍼졌다.
다리 아래 섬의 남쪽 부분은 콘도형 방갈로가 군데 군데 있어 그대로 정원을 연상케 한다. 혼자서나 단둘만의 호젓한 산책을 원한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입장료는 1,800원(성인). 주차료는 무료다. 자전거 대여료는 1시간에 4,000원. 수영장을 갖추고 있고 모터보트, 바나나보트, 수상스키 등 다양한 수상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평형의 방갈로가 14개 동 있다. 고슴도치섬 관리사무소 (033)254-7650 www.iwido.com
♣ 중도
중도는 전체 34만평 중에서 주민이 사는 지역을 뺀 남쪽 지역 11만평이 관광지로 개발된 섬이다. 중도로 가는 뱃길은 두 가지. 춘천 어린이회관 아래 삼천동 선착장에서 30분 간격으로 뜨는 배가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중도 유원지가 바로 이어진다.
섬마을의 모습도 함께 느끼고 싶다면 주민들이 이용하는 근화동 선착장을 이용해 보자. 왕복 2,000원의 허름한 배지만 트럭 등 차량도 함께 실을 수 있다.
중도 신촌 마을은 전형적인 농촌. 찌그러진 지붕의 오래된 집, 녹슨 펌프 등 그대로 마음 한켠의 고향이다. 마을에서 유원지까지는 1㎞가량을 걸어야 하지만 흙먼지 폴폴 날리는 길은 그저 정겹기만 하다.
유원지는 잘 다듬어진 공원이다. 널찍한 잔디밭과 자작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숲길이 그윽하다. 고인돌과 적석총 움집 등 선사 시대 유적지들도 볼거리다. 호숫가의 중도 펜션에서 하룻밤 묵을 수도 있고 자전거 하이킹과 드넓은 잔디에서 각종 운동을 할 수 있다. 각종 수상 스포츠도 가능하다.
삼천동 선착장이용시 뱃삯과 입장료를 합쳐 어른 4,300원. 마을에서 들어올 경우에는 입장료 1,300이다. 자전거 대여료 1시간에 3,500원. 중도관광리조트 (033)242-4881 www.gangwondotour.com
♣ 남이섬
남이섬은 이제 세계적인 관광지다. ‘겨울 연가’의 흔적을 찾으러 온 일본인, 중국인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경기 가평읍에서 배를 타고 들어오지만 섬 자체는 춘천시 권역이다. 1940년대 청평댐이 생기면서 섬이 됐고 이후 잔디밭을 갖춘 유원지로 개발됐다.
2001년 동화작가인 강우현씨가 운영을 맡으며 남이섬은 단순한 유원지를 탈피해 거대한 ‘꿈의 공장’으로 변신했다. 이후 예상치 못한 ‘겨울연가’의 대히트로 사철 끊이지 않는 관광객들을 맞게 됐다.
섬에 나무 다음으로 많은 것은 ‘욘사마’ 배용준의 사진이다. 외국인들은 그 사진 앞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연인들은 갈래 갈래 뻗은 숲길을 걸으며 추억을 만들어 낸다.
고슴도치섬이나 중도보다 나무도 높고 숲길도 깊다. 길고 넓은 나무 그늘에 자리를 깔고 여유를 만끽하는 가족의 모습이 무척 한가로워 보인다.
자전거를 빌릴 수 있고(1시간에 5,000원) 협궤를 운행하는 유니세프 나눔열차(2,000원)도 탈 수 있다. 연인끼리 한가로이 노젓는 배를 타거나, 모터보트를 타고 시원하게 내달릴 수도 있다. 주차료 4,000원에 뱃삯 포함 입장료는 성인 5,000원. ㈜남이섬 (031)582-2187 www.namisum.com
■ 신록 피크닉/ 여주 해여림 식물원 개원
경기 여주벌은 풍요의 대명사다. 남한강의 범람으로 형성된 비옥한 흙은 찰진 쌀과 질 좋은 도자기의 원료가 된다. 그 곳의 산물은 남한강을 따라 가 궁궐에 진상품으로 바쳐졌다.
세종대왕릉과 효종왕릉, 명성황후생가, 신륵사 등은 놓칠 수 없는 여행지 목록의 상위권을 차지한다. 비옥한 땅에로의 여행은 늘 즐겁다.
여기에 새로운 즐겨움이 하나 추가됐다. 19일 문을 연 해여림 식물원이다. 온 종일 해가 뜨는 여주의 숲이라는 뜻이란다. 이름부터 정감이 간다. 여주군 산북면 상품리 흙석이골(방축골) 일대에 자리 잡았다.
본디 세종대왕릉 후보지로 점쳐질 정도로 명당으로 인정 받던 고을이다. 그러잖아도 햇살이 풍부한 지역이라 식물원의 입지로는 최적인 셈이다. 무엇보다 5개의 주제별 동산이 이채롭다.
식물원에서 가장 아랫 부분에 위치한 ‘꿈의 동산’은 낭만이 있는 공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매표소를 지나면 천연지라는 연못을 만난다. 1,000여평의 연못에 갓 피어난 형형색색 400여종의 수련이 탐스런 꽃을 피우고 있다.
연못을 가로질러 만든 나무 산책로를 따라 연꽃 구경에 빠지는 맛도 쏠쏠하다. 천연지 뒷편에 조성된 여림정원에는 골든타임, 단풍제라늄, 빅토리오 라벤더 등 110여 가지의 허브가 관람객의 코를 쉴 새 없이 자극한다.
‘희망의 동산’은 측백나무 아래 미로숲 일대를 일컫는다. 히어리, 댕강나무, 철쭉, 벌개미취 등이 군락을 이룬 달빛정원, 돌단풍, 잔디패랭이, 흰줄무늬사사 등 각종 식물과 암석이 조화를 이룬 암석원이 기다린다.
‘미래의 동산’은 식물원 관람의 백미 코스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곳은 비밀의 화원. 튤립과 히아신스가 4~5월 내내 화사한 자태를 뽐냈고, 나리와 백합은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태세다.
가을에는 국화, 겨울에는 눈꽃을 감상할 수 있다. 화원 아래 아치 터널에는 으아리, 나팔꽃이 터널을 따라 덩굴을 이루고 있고, 향기가 백리를 간다는 분꽃나무는 군락을 만들었다. 나라꽃 정원에서는 태극 모양의 정원을 가득 메운 250여종의 무궁화가 꽃을 활짝 피울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행복의 동산’은 웰빙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식물들의 경연장이다. 모시대, 노루발풀, 천궁, 지황, 만병초 등 약용 식물 1,000여종을 심어 놓은 동의보감 정원, 적오크(상추), 홍현채(식용 아마란스) 등 140여 가지의 채소를 한 데 모은 풍요의 정원 등이 자리잡고 있다. ‘보람의 동산’에는 장미원, 습지원, 아이리스원, 자연생 태원 등이 조성돼 있다.
여기까지 둘러보는 데 3시간이 훌쩍 지났다. 식물원 전체 면적은 21만평. 관람 면적은 6만평. 타 식물원에 비해 큰 규모는 아니지만 관람 시간이 길다. 국내 최초로 관광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식물원이기 때문이다. 볼거리를 테마별로 한 데 모으는 등 관람객의 입장에서 설계한 관람 동선이 자랑이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식물원의 특성상 경사진 곳이 많지만 경사도를 낮추기 위해 최대한 배려했다. 볼거리는 많지만 힘은 덜 드니 힘들이지 않고 오래 구경한다.
관람 통로에는 비가 와도 물이 바닥으로 스며드는 투스콘을 깔았다. 신록으로 뒤덮인 해여림에서의 하루, 여주 여행의 즐거움을 더 하는 곳이다. 입장료 성인 8,000원(주말 9,000원), 어린이 3,000원(주말 4,000원). 30명 이상 단체일 경우 할인 혜택이 있는데, 5일 전까지는 예약이 필수다. (031)882-1700. www.yearimland.com
여주=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해여림 식물원/ 나춘호 원장
“살아 있는 식물 도감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꾸몄습니다.”나춘호 원장(64)이 조심스럽게 꺼낸 첫마디였다.
33년간 3,000여종의 아동 도서를 발간해 온 예림당의 대표인 그가 식물원 사업에 뛰어든 것은 불과 4년전이다. 식물 도감, 동물 도감, 곤충 도감 등 책 출판을 위해 자료 수집과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 땅에서 사라지고 있는 자생 식물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까닭이다.
그런 식물들을 한 곳에 모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태 식물원을 조성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 현실화된 셈이다.
평소 추진력 있기로 유명한 그였지만, 잘 나가는 출판사를 자식들에게 넘긴 뒤 막상 식물원 사업에 뛰어 들고 보니 막막한 기분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전국에 산재한 식물원들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도 과제였다. 이름난 식물 학자를 만나고 수십 차례에 걸쳐 부지를 답사하는 것도 모자랐다.
독일 중국 등 외국의 유명 식물원 10여곳을 둘러 본 뒤 관광 전문 기획 식물원의 성공을 확신하게 됐다. 기존 식물원이 많은 꽃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어린이들의 관심을 유도할 만한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느낀 때문이다.
나 원장은 “식물원의 학습 효과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많이 보여 주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반영돼야 한다”며 “눈 썰매장, 열대 식물관, 천체 관측소, 민속 박물관, 청소년 교육원 등 다양한 부대 시설과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흥미와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식물원으로 꾸미겠다”고 다짐했다.
■ 대관령 삼양목장·양떼목장
전국의 산하가 봄을 아쉬워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서야 봄이 시작되는 곳이 있다. 대관령 일대다. 짧아진 봄을 조금이라도 느긋하게 즐기고 싶은 여행지로는 더할 나위 없다.
대관령은 오대산, 선자령과 이어지는 고원 지대에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탁 트인 시야가 확보되는 곳이다. 해발 1,000m를 넘나드는 고원 평탄지에서 펼쳐지는 초록의 향연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나 나올 법한 알프스 초원을 가슴에만 담아둘 필요는 없다. 서울에서 3시간 거리에 흡사 그림책 같은 이색 지대가 기다리고 있기에.
♣ 대관령 삼양목장
대관령 삼양목장을 다시 찾은 건 6개월만이다. 순백의 세상은 초록 천지로 변해 있었다. 무딘 눈썰미 탓일까, 도무지 같은 곳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문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600만평의 광활한 초지 사이로 간간이 나 있는 비포장 도로, 고원 위로 우뚝 솟은 풍력 발전기만이 지난 날의 방문을 기억나게 해 줄 뿐.
한 번 들렀던 곳을 같은 방식으로 찾는다면 여행의 묘미는 반감하기 마련. 여행 방법을 달리 했던 것은 그래서다. 4륜 구동 차량을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ATV(All Terrain Vehicles)를 택했다. 어떠한 조건의 도로에서도 달릴 수 있다는 미니카이다. 4륜 오토바이라고도 불린다. 운전 면허증이 필요 없고, 조작이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우선 워밍업. 목장 입구에 초보자를 위한 원형 코스가 있다. 간단한 장애물 지대도 설정돼 있다. 3~4바퀴 돌면서 감각을 익혔다면, 이제 본격적인 투어에 나선다.
첫 번째 목적지로 4㎞ 떨어진 동해전망대를 잡았다. 전망대로 가는 30여분의 길은 아예 초대형 야외 세트장이라 해도 좋다. 국내 내로라는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됐던 곳이니 왠지 친근한 느낌마저 든다.
지나는 곳마다 영화의 한 장면을 찍어 놓은 팻말이 서 있다. 영화 ‘연애 소설’에서 차태현이 손예진 이은주와 함께 비를 피했던 소나무가 서 있고, 드라마 ‘가을 동화’에서 은서와 준서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길도 나온다. 풍력 발전기 너머 시원하게 트인 벌판은 ‘태극기 휘날리며’ 전투 장면의 배경이다.
이래 저래 낯선 곳은 아니었지만, ATV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새롭기만 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모습은 싱그럽다. 강릉 시내가 한 눈에 들여다 보인다. 곤신봉, 선자령으로 가는 트레킹 코스는 바로 초록 카펫이다.
이왕 내친 걸음, 예서 말 수 없다. 소황병산(1,430m)으로 가는 길이 기다린다. 전망대에서 2단지를 지나 오대산을 가로지른다. 매봉, 노인봉, 소금강 등을 오른쪽으로 두고 달리니 목장의 끝, 소황병산 자락이다.
제법 높은 경사가 이어진다. 가속 페달에 더욱 힘을 준다. 최고 속도인 시속 50㎞에 가까워 질수록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은 매워 오지만, 그 쾌감은 4륜 구동 차량의 그것과 비길 바가 아니다. 수 차례 오르락 내리락을 거듭할 끝에 소황병산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출발한 지 3시간만이다. 대관령삼양목장 최고의 전망을 볼 수 있다.
사방을 둘러 봐도 오직 초록 바다만이 존재한다. 눈이 번쩍 뜨이는 광경이다. 동해전망대를 둘러 보는 1시간 코스 3만2,000원, 소황병산코스 8만원(입장료 5,000원 별도). (033)336-0885.
♣ 대관령 양떼목장
새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여행지로 가는 방법이 쉬워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대관령 양떼목장은 정반대다. 찾기 힘든 옛 고속도로와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 곳을 처음 방문하려면 약간의 수고를 각오해야 한다.
우선 구 영동고속도로를 찾아야 한다.
횡계 IC에서 나온 뒤 용평스키장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표지판, ‘대관령 옛길’을 절대 놓치지 말자. 이 길로 접어 들어 직진하면 구 대관령휴게소를 만난다. 휴게소를 가로 질러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대관령 삼양목장에 비한다면 양떼목장은 구멍가게 수준이다. 전체 면적은 6만평 가량으로 삼양목장의 100분의 1수준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목장에서 뛰노는 주인공이 양이라 자못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입구에서 양들에게 줄 사료인 건초를 구입해야 한다. 2,500원. 입장료인 셈이다. 건초를 받아 먹기 위해 사육장 밖으로 목을 빼꼼이 내는 양들의 모습은 그 간의 수고로움을 잊게 한다.
본격적인 관람은 방목지를 따라가면서 시작된다. 방목지는 목책이 둘러져 있고, 그 주위로 산책로가 나 있다. 관람 시간은 보통 40분 가량 걸린다. 양들은 사람을 봐도 크게 놀라거나 달아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가는 것은 금물이다. 목장에서 기르는 양은 모두 220마리. 복슬복슬한 털을 실룩거리며 초원을 내달리는 모습이 재미있다. 동화속 현실이 거기 있다. (033)335-1966.
대관령(평창)=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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