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양측은 차관급 회담 이틀째인 17일 오전 협상을 시작, 18일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공동보도문을 내기 위해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한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비료지원 물량과 시기, 장관급 회담 일정, 남북관계 정상화, 북핵 문제 등의 쟁점을 둘러싼 밀고 당기기가 치열하게 계속됐다.
회담 초반만 하더라도 양측은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김만길 북측 대표단 단장은 17일 오전 9시40분 자남산 여관 입구에서 이봉조 남측 수석대표를 맞이했다. 이들은 3층 회담장까지 이동하면서 개성공단 등을 화제로 얘기를 나눴다. 김 단장은 “어제 밤 좋은 꿈 꾸셨느냐”는 질문에 “좋은 꿈 꿔야죠”라고 밝게 답했다.
하지만 오전 10시40분 시작된 수석대표 접촉이 1시간 15분만에 끝나면서 분위기는 급랭했다. 핵 문제와 장관급 회담 일자 확정 문제로 난항을 거듭했다. 1차 접촉 후 이 수석대표는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수석대표는 접촉 결과를 묻는 질문에 “협의 중”이라고만 말하고 남측의 현장 상황실로 총총이 사라졌다.
이후 낮 12시30분으로 예정됐던 남북 공동오찬은 돌연 개별오찬으로 변경됐다. 뭔가 틀어진 상황임을 시사했다. 남측 관계자는 “난항, 진통이라고 말해야 할 정도다. 쉽지않다”고 전했고, 북측 관계자들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전날 원칙적 합의를 이룬 남측 당국대표단의 방북 문제조차도 진척되지 않았다.
이 즈음 남측은 북핵 문제의 합의문 명기방침에 지나치게 매달리기 보다는 남북관계 정상화에 주력하는 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했고, 북측 역시 내심 원하는 비료지원 물량과 시기 등 속내를 밝혔다.
이어 양측은 오후 3시 20분 수석대표 접촉, 오후 5시께 실무대표 접촉을 잇따라 가졌다. 역시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심야로 이어진 줄다리기는 북핵과 남북관계 정상화 문제에서 북측의 다짐을 받으려는 남측과 버티는 북측이 팽팽히 맞서면서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양측은 자구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쉽사리 양보하지 않았다.
남측 대표단은 당초 서울 귀환 예정 시간인 오후 4시를 넘어서도 진전이 없자 일찌감치 심야 협상에 대비했다. 남북은 심야에 간혹 연락관 접촉을 통해 상대방의 동향을 확인했지만 “짐을 싸자”는 험한 소리만 확인할 뿐이었다.
난항이 계속되자 정동영 통일부장관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 상황실에 들러 18일 새벽까지 머물면서 협상을 지휘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개성=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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