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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Issue/ 심상찮은 'EU헌법'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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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Issue/ 심상찮은 'EU헌법' 역풍

입력
2005.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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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유럽의 꿈은 식어버린 것일까. 유럽(EU)헌법에 대한 역풍이 거세지고 있다. EU헌법비준을 위한 국민투표는 유럽의 정치적 수도를 자임해온 프랑스(5월29일)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네델란드(6월1일)에서도 반대여론이 높다.

서유럽에 부는 역풍은 대륙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1952년6개국이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결성한 이후 계속된 유럽 통합운동이 5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원인은 우선 강대국은 약소국의 도전, 약소국은 강대국의 횡포를 비난하는 등 자국이기주의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유럽통합운동이 지나치게 지식인 위주로 추진돼 온 나머지, 일반국민은 왜 유럽이 하나가 되야 하는 지 모르고 있다는 게 원인이다. 한 마디로 통합운동이 풀뿌리에서 유리돼 버렸다는 것이다.

하나의 회원국에서라도 헌법이 부결되면 인구 4억 6,000만 명, 국내총생산(GDP) 10조 달러의 세계 최대 공동체를 만드는 꿈은 무산될 수 있다. ‘부결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일화폐인 유로화 확대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자국 통화를 포기하고 유로화를 채택하는 것은 신생 회원국 입장에서는 커다란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2000년 12월 EU회원국들이 합의한 니스조약이 계속 적용되기 때문에 유럽의회와 집행위원회 체제는 지속된다. 최고 정책결정 기구인 유럽이사회(EU 정상회의)가 대안을 검토해 축소된 법안을 다시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6월 각국 대표 서명을 얻은 EU헌법은 국민투표나 의회표결을 통해 내년까지 25개 회원국들의 비준을 마쳐야만 2007년부터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 佛국민 "EU무게중심 英이동" 반대 돌변

▲ 프랑스

29일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프랑스가 통합 유럽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EU 속 프랑스’의 역할에 의구심을 갖는 국민정서가 확산되면서, EU 창설 및 헌법 제정을 주도한 프랑스가 오히려 유럽 통합의 발목을 붙잡게 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유럽의회 여론조사에서 프랑스는 찬성 48%, 반대 17%로 EU헌법을 적극 지지했다. 프랑스의 국민투표 결정도 이런 여론을 배경으로 나왔다. 그러나 올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17일 여론조사기관 TNS소프레스 조사결과는 53%가, Ipsos 조사결과는 51%가 반대하는 등 EU 헌법에 반대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프랑스의 자신감 상실은 EU 내 주도권 상실을 우려하는 국민적 정서에 기인하고 있다. EU가 영ㆍ미의 앵글로색슨식 시장경제체제로 기우는 현실도 프랑스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프랑스 전통의 사회복지 모델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자유시장경제를 선호하는 친미적 성향 국가들이 지난해 가입하면서, 확대된 EU체제에서는 힘의 무게중심이 프랑스-독일 에서 영국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10%를 넘는 실업률 등 경기 침체를 해소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도 반대 여론을 심화하는 요인이다.

▲ 네덜란드

“터키의 EU가입을 반대한다” “EU분담금만 가장 많이 내고 얻는 것이 무엇인가”

내달 1일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네덜란드에서도 이민 자유화에 따른 고용불안과 사회ㆍ정치 통합에 따른 국가 주권과 정체성 혼란,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가입 등을 우려하며 EU 헌법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헌법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계층에서도 헌법 통과시 네덜란드가 프랑스, 독일 등 강대국에 비해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해 반대의견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정부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슬람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가 이슬람교 극단주의자들에게 살해된 후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EU가입을 반대하고 있는 반(反)이슬람 정서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17일 여론조사에서는 반대의견이 54%를 기록했고, 11일에는 60%까지 치솟았다.

버나드 보트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EU헌법을 제대로 알면 찬성으로 돌아 설 것이라며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홍보캠페인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인터네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폴란드 등 지난해 가입한 동유럽국가들의 값싼 노동력의 유입 등으로 이민문제가 커 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정당들은 국민투표가 부결돼도 의회에서 승인할 수 있지만 투표율이 30%가 넘으면 국민의 뜻을 따르기로 결정한 상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고성호기자

■ EU헌법 주요 내용

EU헌법의 정식 이름은 ‘유럽헌법 제정 조약’(the Treaty Establishing of Constitution Europe)이다. ▦EU대통령과 외무장관직 신설 ▦집행위원회 축소 ▦유럽의회 의석 확대와 권한 강화 ▦조건부 다수결제도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경제 대국, 정치 난쟁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온 EU의 정치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직을 신설했다. 6개월 임기의 순번제인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ㆍEU 정상회의) 의장을 상임의장으로 바꾸어 대통령을 겸임토록 했다. EU 정상회의에서 선출된다.

외무장관은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부위원장으로 외교ㆍ안보 문제를 대표로 협상하지만 회원국이 합의한 정책에 대해서만 발언권이 있다.

집행위원회의 규모는 축소된다. 의사결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모든 회원국에서 1명씩 집행위원으로 참여하는 임기 5년의 25명의 집행위원 수를 2014년부터 회원국 수의 3분의 2인 18명으로 줄인다.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의 권한은 강화됐다. 유럽각료이사회(Council of Ministers)와 함께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법률안의 입법 여부를 결정하고 예산안을 승인할 수 있다. 회원국 확대에 따른 의석수의 지나친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750개 이내로 미리 제한했다. 반면에 인구 소국의 의석수는 최소 4개에서 6개로 상향 조정했다.

고성호기자

■ EU헌법 비준 현황

EU 헌법은 총25개 가입국 가운데 7개국에서 비준을 마쳤다. 당초 비준 방식을 택할 때 단일헌법 지지여론이 높은 국가는 국민투표를, 여론이 나빠 자신이 없는 국가는 의회비준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여론이 반전하면서 프랑스 등 국민투표를 채택한 국가가 고전하고 이탈리아 등은 순탄하게 비준절차를 마쳤다. 의회 표결로 비준을 끝낸 국가는 이탈리아 외에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그리스 리투아니아 등 6개 국가이며, 2월 국민투표를 실시한 스페인도 사실상 비준한 것이나 다름 없다.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라트비아는 이 달 중 EU헌법 비준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은 12일 하원에서 찬성 569, 반대 23으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비준안을 가결했고, 27일 상원 표결을 남겨놓고 있다.

일각에서 EU 집행위원회에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면 독일 주권이 위축될 것이라며 반대했으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독일의 비준 여부가 프랑스 국민투표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호소하며 반대 의견을 잠재웠다. 오스트리아도 하원에서 183명 중 182명의 찬성을 얻은 데 이어 25일 상원 가결도 확실시 되고 있다.

수월한 의회 표결 대신 EU 국가 중 유일하게 국민투표를 실시한 스페인은 77%의 찬성표를 얻었다. 상원 의결을 거쳐 최종적으로 비준을 확정하게 된다.

그리스는 지난달 19일 의회에서 비준안을 통과시킨 뒤 야당이 국민투표를 요구해 내홍을 겪기도 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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