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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광주, 25년의 응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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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광주, 25년의 응어리

입력
2005.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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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민주화운동 25주년 기념식이 열린 18일 오전 광주 국립 5ㆍ18묘지. 민주유공자유족회장의 경과보고 후 갑자기 기념식장이 여기저기서 술렁였다. “동지들 모여서 함께 나가자… 무엇이 두려우랴 출정하여라…”

5ㆍ18과 관련한 민중가요 ‘광주출정가’와 ‘광야에서’가 뜻밖에도 기념공연에서 불려졌기 때문이다. 나지막히 ‘광야에서’를 따라 부르던 소복 차림의 손금순(73) 할머니는 “정부 주관 기념식에 민중가요라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30여분간의 기념식이 끝난 뒤 손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다시 노기가 묻어나왔다. “노래만 민중가요로 바꾸면 뭐해. 5ㆍ18의 역사부터 바로 세워야지.” 그 순간 옆에 있던 유가족 할머니들은 묘지 순례에 나서는 정치인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5ㆍ18 가해자들은 왜 아무 말이 없냐구. 무고한 사람 죽이고 탄 훈ㆍ포장은 왜 안 뺏어. 진상 규명은 제대로 했어?” 할머니들의 아우성에 정치인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제발 저린 듯한 표정으로 식장을 빠져나갔다. 노무현 대통령은 할머니들의 손을 잡으며 “잘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되뇌었다.

‘민주화운동’이라는 공식 이름표를 단 5ㆍ18이 올해로 어느덧 25주년이 됐다. 사실의 은폐와 왜곡, 그 장막을 벗기기 위한 투쟁을 거치면서 국가기념일이 됐고, ‘폭도’의 누명을 썼던 희생자들도 ‘민주유공자’로 외형적으로는 일단 역사의 승리자가 됐다.

그러나 광주시민들에게 5ㆍ18은 여전히 ‘실패한 운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외형적인 상처의 봉합에도 불구하고 최초 발포명령자와 행방불명자, 미국의 책임론 등 아직까지 묻혀있는 진실의 규명작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5년이라면, 이제는 진정 유족의 눈물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읽고 남은 응어리를 풀어야 할 시간이다.

안경호 사회부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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