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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명가' 삼보컴퓨터 왜 무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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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명가' 삼보컴퓨터 왜 무너졌나

입력
2005.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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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컴퓨터의 몰락은 동남 아시아 제품과의 저가 경쟁과 PC산업의 성장성 둔화 등으로 벼랑에 내몰린 국내 중견 PC 업체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삼보컴퓨터는 삼성전자, LG전자과 함께 국내 3대 컴퓨터 메이커로 자리잡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만 컴퓨터 업체의 초저가 공세에 밀려 어려움을 겪었다. 삼보컴퓨터 관계자는 “컴퓨터 산업은 마진이 거의 없는 구조로 돌아선지 오래”라며 “진입장벽이 너무 낮기 때문에 중국, 대만 등에서 생산된 초저가 공세에 맞서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세계 PC시장은 2000년 말부터 급격히 악화하면서 2001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HP와 컴팩의 합병, IBM의 PC사업 매각 등도 이 같은 추세 속에서 이뤄졌다.

특히 PC산업의 중심이 데스크톱에서 노트북으로 이동하는 것도 삼보컴퓨터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노트북은 데스크톱에 비해 고난이도 기술과 브랜드 마케팅이 필요해 연구개발ㆍ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든다”며 “최근 들어 대자본을 가진 삼성전자, LG전자가 노트북 시장에 선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보컴퓨터는 2003년 하반기부터 자체 브랜드 사업을 강화하고 주문자개발방식(ODM)의 해외 수출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오히려 비용증가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 특히 삼보컴퓨터 전체 매출의 70% 안팎을 차지하던 ODM 매출이 지난해 말 절반 이하로 급감하면서 치명타를 맞았다.

이 달 초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된 현주컴퓨터의 몰락 원인도 다르지 않다. 현주컴퓨터는 저가 PC시장에 파고들어 2000년 매출액이 3,300억원에 달하는 등 ‘한국의 델컴퓨터’로 불리기도 했으나 동남 아시아 제품과의 저가경쟁이 격화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현주컴퓨터는 2001년부터 뒤늦게 노트북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오히려 몰락을 재촉한 꼴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모델은 중국ㆍ대만에 맡기고 고급 브랜드형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중소 업체가 단기적 유동성 위기를 버텨내기는 쉽지 않다”면서 “향후 국내 컴퓨터 시장은 자본력과 기술력을 가진 대기업과 외국계 전문 업체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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