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동부 안디잔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유혈 강경진압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들을 사살한 것”이라며 ‘폭도론’을 펼쳤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라쉬드 카디로프 검찰총장과 함께 17일 수도 타슈켄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망자는 모두 169명이고 여기에는 32명의 정부군이 들어있다”며 “일반 시민은 한 사람도 죽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이 무장한 채 교도소와 정부 건물을 공격하면서 불을 지르고선 평화시위라고 주장한다”면서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에게 총을 쏠 정부가 지구상에 어디 있는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카디로프 검찰총장도 “안디잔 시위는 사전에 무기가 밀반입되는 등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며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킨 조사결과를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시위대는 13일 새벽 0시20분부터 안디잔 경찰서와 군부대를 습격해 경찰과 군인 6명을 죽인 뒤 무기를 탈취했다.
이들은 새벽 1시께 탈취한 트럭으로 교도소 정문을 돌파한 후 탈옥수 526명과 합세해 시청과 보안부 청사를 점거했다. 이후 과격 이슬람단체 조직원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12시간 동안 정부측과 협상을 벌이다 실패하자 인질로 잡은 공무원을 앞세운 채 3개조로 나누어 탈출을 시도했다. 이 때 정부군이 총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카디로프 검찰총장은 또 “정부군의 발포로 숨진 사망자들은 대부분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며 “무장한 키르기스인 50명을 사살하고 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인접국인 키르기스스탄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지원을 받는 폭도들의 반란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즈벡 야당과 안디잔 주민들은 이 발표가 정부의 날조라고 즉시 반박했다. 야당인 자유농민당은 “피해자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집계한 결과 사망자만 모두 745명”이라고 밝혔다. 서방언론의 인터뷰에 응한 안디잔 주민들도 “군대가 무고한 시민들에게 예고 없이 총격을 가했다”며 각종 탄피와 피 묻은 옷가지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야당 정치인 15명은 17일 경찰의 감시 속에 미국 대사관 앞에서 사태를 방관하는 미국을 성토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타슈켄트의 일부 시민들도 1966년 대지진 희생자 추모탑에 모여 안디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헌화와 기도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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