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제가 오히려 직원들에게 ‘빨리빨리’라고 외치고 있다니까요.”
인도네시아인 산업연수생으로 10년 전 충북 음성 효인산업에서 근무했던 수나르토 무하마드(35)씨는 18일 이 회사 이강수 사장과 당시를 회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900석 규모의 대형 식당을 운영하는 성공한 경영인이다.
한국에서 몇 년간 일한 뒤 고국으로 돌아가 사업에 성공, ‘코리안 드림’을 이룬 외국인 산업연수생 출신 인사들이 한국을 다시 찾았다. 중소기업 주간을 맞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초청으로 방한한 것이다.
예전에 일 하던 공장을 감회 어린 표정으로 둘러 본 이들은 “한국은 우리에게 돈을 벌 기회를 주었을 뿐 아니라 아이디어와 경영비법 등 성공의 길을 알려 준 나라”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모은 1,300만원을 종자돈으로 수상 레스토랑을 시작해 성공한 수나르토씨는 한국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공장장과 낚시를 갔다 들린 수상식당의 인상이 깊게 남았던 것. 홍보도 한국식이었다.
식당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다 한국의 라이터 판촉물에 착안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잘 팔리는 드링크 제품에 식당 이름을 새겨 행인들에게 돌렸다. 한국에서 이따금씩 갔던 노래방의 기억을 떠 올려 식당에 노래방 기기도 설치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보기 드문 업종과 시설을 갖추니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지금은 매달 500만원의 현금이 꼬박꼬박 들어온다. 식당 가격만 2억8,000만원인데다 부인이 경영하는 레스토랑도 따로 있다.
자동차도 3대나 굴리고 있다. 그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서 일하며 배운 신속한 일 처리가 성공의 디딤돌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12년간 교편을 잡았지만 월급이 1만5,000원에 불과했던 류디안태(40)씨는 한국에서 3년간 일하며 2,400만원을 모았다. 고향에 돌아간 그는 국제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는 점에 착안, 철광석 사업에 1,300만원을 투자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연 평균 1,700만원을 벌어 재산은 3,000만원으로 늘었다. 그는 “한국에서 일할 때 산업재해와 안전을 강조한 경험 때문에 직원에게 안전을 1순위로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사파라리에브 자혼기르(30)씨도 한국에서 1만 달러를 저축, 이 중 4,000달러를 고향의 빵 공장에 투자했다. 사업은 날로 번창해 공장이 2개로 늘었다. 잡화가게도 새로 인수했다. 지금 월 수입은 150만원(주위 사람들의 30배 수준)이고 재산은 5,000만원에 이른다.
이들은 후배 연수생들에 대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사파라리에브씨는 “급여나 근무조건이 조금 더 나은 업체로 옮겨 다니는 것 보다 한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게 미래를 위해 좋다”고 말했다.
쇼파 댕그남(태국ㆍ46)씨는 “한국 사람들이 윽박질러도 성격이 급해 그런 것이니 상처 받지 말고 툭툭 털어버려라”고 조언했다. 수나르토씨는 “돈을 아껴 쓰고 사업구상을 열심히 해서 돌아가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