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재앙’이라는 경고와 함께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과당 경쟁이 벌어지자 금융감독 당국이 과도한 대출 한도나 금리 우대 혜택을 자제토록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이전보다 깐깐하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대출 시점을 저울질해왔던 고객들이라면, 조건이 더 불리해지기 전에 대출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은행들은 타행 대출 고객을 자행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타행대출 상환 할인제’를 경쟁적으로 도입해 왔다. 자행에서 대출을 받아 타행 대출을 상환할 경우 0.2~0.3%포인트의 금리 할인 혜택을 부여했던 것. 하지만 금감원이 ‘대출 빼앗기’ 자제를 당부하고 나서자 하나 둘씩 할인제를 없애고 있다.
하나은행은 타행 대출 상환용 대출에 0.2%포인트의 금리를 깎아주는 제도를 최근 폐지, 3개월 변동금리 기준 대출의 최저금리가 종전 연 4.47%에서 연 4.67%로 높아졌다. 국민은행은 18일부터 타행 대출 상환 때 초기 12개월간 0.2%포인트 금리 우대를 해주던 제도를 없앴다. 우리은행은 20일부터, 신한은행은 23일부터 타행대출 상환 할인제를 폐지할 계획이며, 외환은행 제일은행 등도 제도 폐지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시기를 조율 중이다.
‘초기 6개월’ 등의 단서를 달아 금리 할인을 해주는 이른바 ‘미끼 금리’도 없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초기 6개월간 0.3%포인트 금리 할인을 해주는 미끼 금리를 6월말까지 폐지할 방침이며, 하나은행도 0.2%포인트의 초기 6개월 금리 혜택을 내달 중 없애기로 했다. 제일은행 역시 초기 금리 할인제 등을 재검토하고 있다.
대출 한도도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고객들을 모기지신용보험(MCI)에 가입시켜 소액임차보증금까지 포함해 대출금 한도를 늘려주는 대출 방식이 폐지된다. 이 방식의 대출을 해온 신한과 하나은행은 최근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보다 보수적으로 산정될 조짐이다. 일반 지역의 경우 시가의 60%까지 대출이 이뤄지는 것은 동일하지만, 일부 상한가격을 기준으로 시가를 산정하던 관행 대신 중간가격을 기준으로 삼도록 금감원이 지도했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 같은 은행들의 정책 변경에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억제정책과 맞물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취급이 갈수록 깐깐해질 것인 만큼, 대출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것이 그나마 손해를 덜 보는 방법이다. 물론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고객 A씨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판단해 금리 산정을 하는데, 금융감독 당국이 금리를 올려라 내려라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은행들의 배만 불리고 고객들은 피해를 입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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