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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뻔하지 않은' 신문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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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뻔하지 않은' 신문을 위하여

입력
2005.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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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가정이 점점 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신문 구독률은 1996년 69.3%, 98년 64.5%, 2000년 58.9%, 2002년 53.0%, 2004년 48.3%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문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인터넷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물론 동의할 수 없는 점도 있지만, 중요한 건 사실 여부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느낌을 주었다는 점일 것이다.

신문들은 인터넷 분야에 뛰어드는 것으로 신문의 위기를 타개해보려고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지금의 신문이 이대로 좋은가 하는 반성이 선행되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기사 의제와 내용이 너무도 획일적이라는 사실이다. 신문들이 ‘상대적 전문화’ 전략을 택하면 안될까? ‘상대적 전문화’란 종합일간지로서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신문들이 분야별로 특화하는 걸 의미한다.

정치는 모든 신문들의 주식(主食)이고 경제는 경제지가 따로 있어 특화가 큰 의미가 없겠지만, 다른 분야는 얼마든지 특화가 가능하다. 예컨대, 대외의존도가 70%가 넘는 나라에 국제뉴스를 전문으로 하는 신문이 하나도 없다는 건 놀랍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신문들이 특화를 몰라서 안 하는 건 아닐 게다. 광고ㆍ유통시장의 왜곡으로 인해 특화의 동기부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어차피 들어가는 신문제작 비용을 지금처럼 ‘똑같아지기 경쟁’을 위해 쏟아 붓는 건 신문업계 전체의 공멸로 갈 수 있다고 하는 점이다.

신문이 가장 두렵게 생각해야 할 것은 ‘뻔하다’는 말이다. “인터넷에서 대충 봤는데 신문에서 더 얻을 게 없더라”라는 말이다. 믿기 어려운 주장이지만, 활자매체 지향적일 수밖에 없는 대학 교수들 중에서도 신문을 끊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일이다.

신문 제작의 원가 계산 좀 해보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의 대부분이 인터넷이나 다른 신문과 다를 바 없는 ‘뻔한’ 내용을 전하는 데에 들어간다. 다른 언론 매체들이 다 나가는 출입처에 우리만 기자를 안 보낼 순 없다는 이유에서다. 즉, 다른 언론 매체들과의 차이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같아지기 위해서 쓰는 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신문들은 비용이 싸게 들어가는 맛에 갈등을 빚는 양쪽의 이야기만 전달하는 데에 급급할 뿐, 독자적인 심층 취재로 양쪽의 주장을 평가하려는 자세는 보이지 않는다. 그건 마치 저널리즘의 기능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갈등을 빚는 양쪽에서 다 욕먹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거나 게으른 습관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뻔하다’는 평판 이상 더 치명적인 게 있을까?

일부 신문들이 차별성을 보이는 건 주로 당파성인데, 이 또한 ‘거리두기’에 실패해 배타적인 편가르기 양상을 보임으로써 ‘뻔하다’는 느낌을 주는 데에 일조할 뿐이다. 중간파 신문들이 아니라 당파성이 강한 신문들일수록 발행부수가 많다는 건 한국사회가 당파싸움으로 골병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취재원의 발표를 그대로 옮겨 전하는 ‘발표 저널리즘’의 상당 부분은 통신사 또는 언론사간 협력체제로 대체하고, 기자들은 각자 전문분야를 찾아 열심히 발로 뛰거나 아니면 열심히 머리 노동을 통해 만든 기사와 칼럼으로 ‘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걸 누가 알아주겠느냐고 성급하게 굴면 안 된다. 매체 이용은 습관의 문제다. 뻔하게 굴었던 과거에 대한 비용은 치러야 한다. 특히 보수 신문들은 당파성으로 세상을 바꾸려 들지 말고 상호 공존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대안 제시로 세상을 바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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