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에서 이라크로부터 ‘원유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영국의 조지 갤러웨이(50) 하원의원이 17일 미 상원 조사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오히려 미국을 강력히 규탄했다.
90분간의 증언에서 그는 13명의 미 의원들을 향해 “나는 당신들은 물론 영국이나 미국 정부보다 훨씬 사담 후세인에 반대한 기록이 있다”며 “이라크에서 1페니, 케이크 한 조각도 받은 적이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나는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과 똑같이 후세인을 두 번 만났다”면서 “차이가 있다면 럼스펠드는 무기와 정보를 팔기 위해, 나는 경제제재와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였다”고 비웃었다.
갤러웨이는 또 “이라크 제재를 망친 것은 미 정부가 지원하는 미 기업들이었고, 이라크를 침공해 무고한 미군과 이라크 사람들을 희생시킨 것도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스스로 “호랑이 굴”로 비유한 미국 권력의 중심에서 갤러웨이가 미국을 맹비난한 경위는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유엔의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의회는 이라크인 생필품 지원을 위한 이 프로그램 비리에 거물급 국제인사들이 연루됐다고 폭로했다. 유엔 고위관계자, 러시아 대통령궁 고위인사, 프랑스 전직 장관 등과 함께 갤러웨이도 거명됐다. 갤러웨이가 2000~2003년 2,000만 배럴의 원유 판매권을 저가에 받아 수백만 달러의 차익을 챙겼다는 것이 미국측 주장이다.
‘이라크 오일게이트’에 대해 그는 증언에서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정치적 이해를 숨기기 위해 악용하는 연막의 산실”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나아가 “미 의회 조사위는 국민관심이 미국의 잘못에서 전쟁에 반대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나, 프랑스 정부로 향하길 원하고 있다”고 통박했다.
갤러웨이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던 내 말이 옳았고 미국 주장이 잘못으로 드러났다”며 “세계가 나와 아난 사무총장의 말을 들었다면 오늘의 재앙은 없었다”고 쐐기를 박았다.
2년전 이라크전에 반대하다 36년 몸담은 노동당에서 제명당했던 갤러웨이의 성토와 미 의원들의 쩔쩔매는 모습은 CNN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뉴욕타임스는 “갤러웨이로 인해 오일게이트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했고, 2003년 초 갤러웨이 의혹을 보도했다가 사과했던 크리스찬 사이어스 모니터는 ‘갤러웨이가 상원의원들을 혼냈다’는 제목으로 그를 옹호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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