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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극장전' 엄지원이 말하는 홍상수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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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극장전' 엄지원이 말하는 홍상수감독

입력
2005.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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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경쟁부문 작품 중에 여배우가 주인공인 건 3, 4편 밖에 안 될 거야. 올해가 58회니까 너는 대강 그 200명 중 한 명이 된 거야. 너무 자랑스러워.”

영화 ‘극장전’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엄지원(29)은 이렇게 얘기하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우리 연극영화학과 갈까?”라는 친구의 말에 “그게 뭐 하는 데냐”라고 답했다는 그가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 배우가 됐다. ‘극장전’ 속에서 그는 시종 엉뚱하고 뜬금이 없다. 그를 난감케 했던 촬영 상황들을 통해 ‘극장전’의 분위기를 엿본다.

#1. "이걸 지금 어떻게 다 외워요!"

시놉시스만 줄 뿐 홍상수 감독님은 배우들한테 시나리오를 안 주세요. 촬영장에 나가면 그날 찍을 분량의 쪽대본만 주시죠. 열심히 외워 그날 분을 연기하는 거죠.

그러니까 촬영을 하면서도 이 장면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몰라요. 퍼즐 맞추는 기분이죠. 특히 동수(김상경)와 호프집에서 술 마시는 장면에서 제 대사가 정말 길거든요. 짧은 시간에 다 외우느라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2. "누가 이런 말을 쓰냐구요."

(여관방을 나서면서 동수한테) “나랑 재미 봤잖아요. 이제 그만 뚝!”, (술 마시다 소주잔을 이로 깨는 동수를 보며) “아이구, 참!”, (애인의 친구였던 상원에게 하는 말) “내가 너 첩 해 줄까?” 정상적인 여자라면 절대 쓰지 않을 정말 이상한 대사가 많았어요. 시사회 때도 그 대사들 때문에 많이 웃더라구요. ‘항의’하면 감독님은 “그냥, 이게 좋을 것 같아”라고는 웃으실 뿐이었죠.

#3. "감독님 저런 잠바 입은 사람이랑은 못 자요."

감독님이 갑자기 파카를 벗더니, 김상경 선배님께 주는 거에요. “이거 입고 찍어라.” 그 잠바 정말 촌스럽거든요. 저런 잠바 입은 사람이랑 어떻게 여관을 가냐고 했죠. 김 선배는 영화에서 계속 그 추레한 파카만 입고 나와요.

#4. "앗 옷 입고 찍는 거라고 했잖아요!"

노출 장면이 두 번 있는데 원래 첫번째 부분은 노출이 없다고 감독님이 말했거든요. “(영화 속에서) 아직 애기들이니깐 옷은 다 입고 찍을 거야. 아무것도 안 보여” 하시면서 그림까지 그려 보여줬어요. 그런데 그날 받은 대본에는 ‘가슴이 보인다’라고 되어 있는 거에요. 감독님은 시치미 뚝.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 찍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어.”

■ 영화 '극장전'은

‘극장전’은 10년째 감독 데뷔를 준비하는 30대 남자 동수(김상경)가 선배의 영화를 보고 나온 극장 앞(그래서 제목이 극장전.前이다)에서 영화 속 여주인공(엄지원)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하루동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 속 영화와 동수의 현실을 교묘하게 교차시켜 같으면서도 다른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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