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첫 선을 보인 ‘스타워즈’가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로 28년 만에 우주 대서사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우주의 평화를 이룩하리라는 기대를 받던 제다이 기사 아나킨(헤이든 크리스텐슨)이 악의 제국의 2인자 다스 베이더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아낸 이번 ‘에피소드’는 세계 영화사에 명대사로 남은 “내가 너의 아버지다.(I’m your father)”에 얽힌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SF의 새장을 열었던 전작들을 무색케 하는 디지털 기술의 향연을 보여준다. 우주 전함 사이를 넘나들며 벌어지는 전투 장면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아찔하다.
컴퓨터 그래픽이라고는 느끼기 힘든 장쾌한 화면들이 사실적인 판타지의 세계를 구축한다. 특히 아나킨이 스승 오비완(이완 맥그리거)과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압권이다. 사람을 삼킬 듯이 출렁거리는 용암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둘의 광선검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고, 거친 숨을 내쉬며 방독면과도 같은 마스크를 쓰는 다스 베이더의 탄생 모습도 짜릿한 전율감을 준다.
아나킨이 변모해가는 극적 요소도 “시각적인 즐거움만 있을 뿐”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던 ‘에피소드1, 2’보다 호소력이 있다. “전쟁으로 공화국의 근본원리가 무너졌다” “민주주의는 이미 사라졌다” “전쟁은 대화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우레와 같은 (의회의) 박수와 함께 자유가 생명을 다했다”는 아미달라(나탈리 포트만)의 상징적인 대사들은 조지 루카스 감독의 언급처럼 현재의 미국 상황을 비꼬는 듯해 색다른 의미로 다가선다.
그러나 아미달라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아나킨이 다스 베이더가 된다는 내용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포스’라는 초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어머니를 구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작용했다는 전제도 좀 무리가 있다.
아나킨은 가끔 일탈적 행동을 보이지만 제다이의 규칙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악의 편에 선 이후 보인 권력욕은 좀 느닷없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 로봇 R2-D2는 왜소증 배우가 연기
스타워즈가 남긴 뒷얘기
SF영화의 신기원을 이룩한 '스타워즈'는 지난 28년 동안 6편을 통해 숱한 화제와 기록을 남겼다. 시리즈 완결을 계기로 돌아본다.
● 아나킨과 루크를 돕는 로봇 R2-D2는 112㎝의 영국 난장이 배우 케니 베이커가 로봇 모형 안에 들어가 연기했다. 베이커는 C3-PO역을 맡은 앤소니 베이커와 함께 6편 모두에 출연했다.
● 영화 흥행 기록 집계 기관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스타워즈 시리즈는 '에피소드 3'을 제외하고 극장에서 34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인형 등 관련 캐릭터 상품 판매액은 극장수입을 훨씬 뛰어넘는 90억 달러에 달한다.
● 인터넷 검색 엔진 구글에서 '스타워즈'를 치면 무려 226억 개의 검색결과가 나온다.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에서는 6만8,000개의 '스타워즈' 상품이 판매 중이다.
● 미국의 컨설팅 회사 '챌린저'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개봉으로 인한 생산력 손실이 6억2,7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직장인들이 개봉 첫 날 영화를 보기위해 일을 팽개치고 극장으로 달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 신인배우 헤이든 크리스텐슨은 근육질의 아나킨 스카이워커 역을 위해 하루 6끼를 먹으며 11㎏의 살을 찌웠다. 이완 맥그리거와 헤이든 크리스텐슨은 두 달 동안 함께 합숙하며 검술을 연마했다.
● '에피소드 3'은 스타워즈 시리즈 중 유일하게 미국에서 13세 이하 부모동반 등급(PG-13)을 받았다.
● 이완 맥그리거의 광선검은 77년 당시 오비완역을 연기한 알렉 기네스가 사용했던 것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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