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과장을 하면, 대한민국 국민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신문을 읽는 사람과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이다. 최근 실시된 전국조사에 의하면, 국민 10명 가운데 4명은 신문을 매일 읽고, 3명은 신문을 손에 대지도 않는다. 나머지 3명은 어중간하게 신문을 읽는, 선거에서 부동층과 같은 사람들이다.
이렇게 신문 읽기를 기준으로 국민이 나눠지는 것은 왜 심각한 문제가 되는가? 신문을 읽지 않더라도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서 뉴스를 접하고 있다면 한 사회의 민주주의는 그런대로 유지가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등에서 뉴스를 제대로 보는 사람은 역시 주로 신문을 읽는 사람들이다. 신문을 떠난 사람들은 다른 매체로 가서도 뉴스를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신문을 읽지 않는 집단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어떤 종류의 뉴스를 읽을까 조사해 보면, 대부분 연예나 스포츠 정보에 국한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역시 대한민국 국민은 여러 매체를 두루 돌아다니며 뉴스를 찾아 읽는 사람과 어떤 매체를 들이대도 뉴스를 읽지 않는 사람으로 분열되고 있다.
여기서 뉴스를 보는 집단과 안보는 집단으로 나눠지는 분기점에는 신문이 자리잡고 있다. 신문을 읽는 사람은 뉴스 집단이고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은 비뉴스 집단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신문을 떠나는 사람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5년간 가정에서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은 10명 가운데 6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뉴스를 읽는 국민의 수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신문 읽기를 중단하는 사태는 당장 신문의 위기로 나타난다. 그러나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은 다른 매체에서도 공공문제에 관한 뉴스를 읽지 않기 때문에 신문 위기는 곧바로 뉴스의 위기이고,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
요즘 신문업계와 시민사회는 사람들이 왜 더 이상 신문을 읽지 않게 됐을까, 원인 파악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등 경쟁매체가 등장해서 신문 독자를 뺏어가고 있다는 진단이 있는가 하면, 신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형편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고,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 등으로 분열된 한국 사회에서 어느 한편을 드는 신문의 편파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필자가 참여한 한 전국조사에서 신문을 구독하다가 구독을 중단한 사람들과 중간에 구독 신문을 바꾼 사람들을 대상으로 왜 신문을 보지 않게 됐는지, 왜 구독신문을 바꾸게 됐는지를 알아 봤다.
먼저 신문을 떠나는 사람들은 신문을 계속 구독하는 사람에 비해 신문을 소중한 공공의 문화적 자산이 아니라 하나의 사고 팔 수 있는 서비스 상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신문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이 포착됐다.
지속적인 신문 구독자들은 대체로 “신문의 편집과 논조가 맘에 들어서”나 “보아온 신문이라서 습관적으로” 본다고 대답한 반면, 신문을 떠나거나 다른 신문으로 바꾸는 사람들은 “그냥” 또는 “경품 때문에” 신문을 떠나거나 바꿨다고 대답했다.
구독을 중단한 사람들은 신문을 계속 구독하는 사람들보다 더욱 신문들이 정치 권력화 됐으며, 특히 조선, 중앙, 동아와 같은 대형 신문들이 편파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의 정파성과 편파성이 사람들을 신문으로부터 떠나게 만드는 원인중의 하나라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또한 구독 중단자들은 텔레비전 뉴스나 인터넷 포털 뉴스를 상대적으로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매체의 등장이 신문구독을 줄어들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독 중단자들이 다른 매체에서 주로 보는 뉴스는 연예와 스포츠 등이었다. 결국 신문이 제공하는 진지한 뉴스를 읽는 전체 국민의 수는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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