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지하철에서 문득 누가 자신을 유심히 쳐다본다는 느낌이 들어 돌아본 순간, 정말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외국의 설문조사 결과 90% 가량이 이 같은 느낌만으로 누군가 쳐다보는 것을 알아챈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인간에게 육감(六感)이란 것이 있는 것일까.
지중해와 에게해 연안 국가, 인도, 중남미 등에서는 쳐다보기만 해도 아이에게 해를 끼친다는 ‘악의 눈(凶眼)’을 믿는다. 이 지역 주민들은 악의 눈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손 모양에 눈이 그려진 부적을 지니고, 낯선 사람이 아이를 쳐다보면 경전의 구절을 암송하는 등의 행동을 습관적으로 취한다. 이들에게는 누가 쳐다보는지, 또 이를 보지 않고도 알아챌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우리는 마음이 어디 있고 마음 안의 것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지 못한다. 독일의 천문학자 케플러는 마음 눈은 거리를 지각하기 위해 동공을 밑변으로 한 삼각형에서 육체 밖의 물체에 꼭짓점으로 닿아 있다고 추론했다. 또 분석심리학자 카를 융은 마음의 투사(投射)에 개인적 경험뿐 아니라 동물 조상 등을 포함한 이전 세대 마음의 원형(原型)까지 들어 있다고 보았다.
마음이 뇌에 구속돼 있는지, 혹은 이들이 믿었던 것과 같이 육체를 초월하는 것인지는 ‘사람_다른 사람_환경’이 그물처럼 연결돼 있다는 이른바 ‘인간적(뉴에이지적) 전망’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작가인 셸드레이크는 1994년 ‘누가 쳐다보는 것을 알 수 있는지’ 실험해 보자고 제안했다. 마음이 육체 밖으로 나와있다면 쳐다보는 대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제시한 실험 방법은 간단하다. ‘쳐다보기’ 역할을 하는 실험자는 쳐다볼지 여부를 표나 동전을 사용해 무작위로 결정한다. 그 후 눈가리개를 한 피실험자(쳐다봄을 당하는 사람) 뒤쪽으로 최소한 1㎙ 떨어진 곳에서 시작을 알리고 10초간 뚫어지게 목을 응시하거나, 혹은 아예 다른 곳을 쳐다본다. 실험 후 피실험자는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가’에 대해 기록한다. 실험은 한 사람에 대해 20회 주기로 계속된다.
그 결과 총 480회의 실험을 한 미국의 한 중학생은 55.2%의 정확도를 보였다. 지난 10년간 많은 학생이 실험에 참여한 결과, 쳐다보는 느낌을 정확히 알아맞힌 비율은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있는 50%를 뛰어넘는, 60% 내외로 나타났다.
미국의 심리학자 베이커는 2000년 이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나섰다. 베이커는 감각적 누설을 방지하기 위해 실험자와 피실험자를 각각 다른 방에 두고 ‘쳐다봄을 당하는 이’가 등을 돌리고 앉도록 한 후 ‘쳐다보는 이’는 창을 통해 상대방을 응시토록 했다. 피실험자는 시계를 앞에 두고 20분간의 실험 기간 중 ‘쳐다본다’는 느낌이 올 때 기록지에 그 정도를 표시했다. 또 마지막에는 실험자가 쳐다본 것 같이 느껴지는 다섯 시점(분 단위)을 결정토록 했다. 그런데 50명 대상의 이 실험에서 정확도는 ‘우연의 일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 해 영국의 심리학자 막스 등은 셸드레이크가 쳐다보는 이들에게 제공한 무작위 표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만약 실험 중간중간 ‘쳐다봄을 당하는 사람’에게 결과를 알려줬을 때 정확도가 높아지는지 여부를 분석했다. 만약 정확도가 높아진다면 은연중에 패턴을 눈치채 알아맞히는 횟수가 늘어난다는 증거가 된다. 그 결과, 셸드레이크의 표에 어느 정도 패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교하게 만들어진 ‘무작위 표’로 실험을 다시 했을 때는 정확도가 우연의 일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로바흐 등은 2004년 비슷한 실험에서 실험자가 외향적인 성격을 갖는 등의 특성을 지니면 예외적으로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인간에게 누가 쳐다보는지 아는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인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제대로 증명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 로바흐의 실험 결과는 셸드레이크에게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누가 쳐다보는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셸드레이크의 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과학평론가ㆍ전 숙명여대 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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