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 강경진압으로 끝난 우즈베키스탄 동부 안디잔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사망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자키르 알마토프 우즈베키스탄 내무장관은 18일 외교관과 기자들로 구성된 외국인 조사단이 안디잔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17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무장 반군이 100명의 민간인을 쏘아 죽였으며 8명은 무차별 사격으로 사망했다”며 “정부군 32명도 이들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사망자는 모두 테러리스트”라며 “일반 시민은 한 사람도 죽지 않았다”는 발언과 상충되는 것이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테러리스트들이 무장한 채 교도소와 정부 건물을 공격하면서 불을 지르고선 평화시위라고 주장한다”며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외신보도를 부인했다.
라쉬드 카디로프 검찰총장도 “안디잔 시위는 사전에 무기가 밀반입되는 등 계획된 것”이라며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킨 조사결과를 밝혔다. 과격 이슬람단체 조직원들이 동료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청과 보안부 청사를 점거한 후 경찰을 인질로 앞세우고 탈출하다가 정부군과 교전이 벌어졌다는 내용이다.
그는 “정부군의 발포로 숨진 사망자들은 대부분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며 “무장한 외국인 50명을 사살하고 키르기스인 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인접국의 이슬람 과격세력의 지원을 받은 폭도들의 반란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즈벡 정부의 이 같은 발표는 잇단 말 바꾸기로 신뢰를 잃고 있다. 14일 9명에 불과하다던 사망자는 국제여론이 악화하자 170명까지 늘어났다. 한 명도 없다던 민간인 사망자는 이제 반군이 사살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우즈벡 야당과 안디잔 주민들은 이 발표가 정부의 날조라고 반박했다. 야당인 자유농민당은 “피해자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집계한 결과 사망자만 모두 745명”이라고 밝혔다. 서방언론의 인터뷰에 응한 안디잔 주민들도 “군대가 무고한 시민들에게 예고없이 총격을 가했다”며 각종 탄피와 피 묻은 옷가지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야당 정치인 15명은 17일 경찰의 감시 속에 미국 대사관 앞에서 사태를 방관하는 미국을 성토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타슈켄트의 일부 시민들도 1966년 대지진 희생자 추모탑에 모여 안디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헌화와 기도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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