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산’을 집권 2기 외교독트린으로 내세웠지만 우즈베키스탄 등 옛 소련권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독재를 조장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국제사회에서 잊혀져 가던 이들 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테러위협이 고조되던 98년 이후 미군에 군사기지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정권유지와 경제원조를 보장받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16일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이슬람 정권들이 미국과 강력한 유착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것이 중앙아시아 지역 독재의 뿌리가 됐다”고 보도했다.
유혈참사가 발생한 우즈베키스탄은 9ㆍ11 테러 이후 미군이 대거 주둔한데 이어 중앙정보국(CIA), MI6 등 미ㆍ영 정보기관들이 우즈벡 정보요원을 재조직하고 훈련시키는 역할을 맡아왔다.
고문으로 악명높은 우즈벡 정보기관과 독재체제는 이런 거래관계의 산물이기 때문에 이번 우즈벡 정부의 시위 유혈진압은 언젠가 한번은 불거질 문제였다.
우즈벡과 미국의 유착은 다방면에 얽혀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계기로 우즈벡과 강력한 군사협력 관계를 구축한 미국은 경제적으로는 우즈벡의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 가치도 적지 않다. 지난해 미국이 경제원조로 5,060만 달러를 지원하고 이 중 정보ㆍ치안 등 정권유지 비용으로 1,070만 달러를 할당한 것은 우즈벡이 미국에 주는 이런 전략적 이익 때문이었다.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벡 대통령은 미국의 후원을 야당을 불허하고 서방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을 금지하는 등 독재권력을 공고하게 만드는 방편으로 이용했다.
우즈벡의 반정부 시위가 정권교체를 가져올 정도로 확산될 지는 회의적이다. 그러나 카리모프 정권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우즈벡을 포함해 중앙아시아에서 계속되는 독재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미국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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