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북 차관급 회담에서 북핵 문제는 남측의 ‘중요한 제안’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핵 문제 논의에서 전혀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예상대로 협의다운 협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남측은 절박한 심정에서 6자회담 재개를 북측에 촉구하면서 상당히 매력적인 당근을 제시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봉조 통일부 차관이 16일 언급한 중요한 제안이 그것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중요한 제안은 두 측면을 포함한다. 6자 회담에 북측이 복귀할 경우 북한이 만족할 수 있는 중재안으로 북미간 타협을 이루겠다는 측면과 북핵 폐기과정이 시작되면 독자적으로 북한의 경제 재건을 도울 ‘마셜 플랜’을 만들겠다는 남측의 의지를 모두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북측 회담 대표단은 “해당부서에 전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가타부타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남측의 진의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차관급 회담 후 이어질 장관급 회담 등 각종 당국 대화를 통해 남측 입장을 꾸준히 타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김대중 정부 이래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 문제를 해결할 경우 전면적인 대북 경제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해왔고, 6자 회담을 계기로 이런 구상을 상당히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농업 인프라 복구, 에너지 지원 방안 등 세부적인 사업계획이 논의되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런 남측 동향에 촉각을 세우면서 중국을 통해서도 남측 분위기를 엿보려 할 것 같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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