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 일대가 개발ㆍ보존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천수만 간척지 B지구 주민들이 환경부의 ‘생태ㆍ자연도’ 1등급 권역 지정 움직임에 맞서 철새 서식지인 갈대밭을 불태우는 상징적 행동에 나섰다. 주민 집단 행동의 논리는 단순, 명쾌하다. 1등급 권역으로 지정되면 각종 개발계획이 불가능해지고, 개발에 따른 기대수익이 물거품이 된다는 계산이다.
바로 이 때문에라도 이번 집단행동은 결코 한 차례의 소동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주민들은 올 가을부터 추수가 끝난 논의 볏짚을 모두 태우고, 땅을 갈아 엎어 철새들의 먹이를 남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1등급 권역 지정이 철새 때문이라면, 철새를 몰아내고 개발이익을 얻겠다는 욕망과 의지의 표현이다.
환경부는 앞으로 관련 부처ㆍ지차제와의 협의, 전문가 회의 등을 거쳐 ‘생태ㆍ자연도’를 확정할 방침이어서 1등급 권역은 예상보다 범위가 좁아질 가능성은 있다. 그래도 ‘생태ㆍ자연도’ 작성이 법적 의무이고, 법이 ‘도래지나 주요 이동통로가 되는 지역’을 1등급 권역으로 분류하도록 못박고 있어 천수만 일대가 완전히 1등급 권역 지정을 피할 길은 없다.
우리는 지자체의 지역개발 계획이 주민 반발의 출발점이란 점에 주목한다. 규모는 다르지만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 대한 위헌 판결 이후 불붙은 충남 주민들이 보인 태도와 본질적 차이가 없다. 일단 이해타산의 물꼬가 터지고 나면 틀어막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따라서 최소한의 주민 편익을 고려한 개발 계획의 조정과 일부 허용은 몰라도 ‘생태ㆍ자연도’ 작성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양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바라는 개발조차도 철새도래지나 자연생태계 보전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에 한정해야 ‘철새냐, 사람이냐’의 흑백논리를 뿌리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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