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16일 장관급 본위원회를 열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국민참여재판(배심ㆍ참심제 혼용재판), 재정신청 전면확대 등 3개 의제에 대한 최종 입법안을 의결했다. 사개추위는 이들 입법안을 올 가을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안에 따라 집단 간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거나 실효성,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아 국회 통과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로스쿨 - 5년마다 중간 평가 · 결격사유 있으면 퇴출
사개추위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이라는 특별법을 통해 2008년부터 로스쿨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입법안은 각 로스쿨의 입학정원을 150명 이하로 제한했다. 교수 대 학생비율은 1 대 12, 전임교수는 2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요건을 갖춘 대학 가운데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법학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육부장관이 로스쿨을 인가하도록 했다. 로스쿨 인가를 받은 대학은 법학 전공 학부를 없애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평가위원회는 5년마다 로스쿨에 대한 중간 평가를 해 결격사유가 발견되면 퇴출할 수 있다.
법조인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각 대학은 로스쿨 입학자 가운데 비법학 전공자와 타대학 출신자가 각각 3분의 1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입학심사 과정에서 법학 지식은 묻지 않는다. 이번 입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현행 사법시험은 2010년부터 정원을 줄여 2013년께 완전 폐지된다.
하지만 사개추위는 가장 큰 관심사인 전체 로스쿨의 입학정원 규모는 입법안에 담지 않고 추후 교육부장관이 각계와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 "구체적 총 정원을 제도 설계를 위한 법에 명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설명이지만 당장 터져 나올 반발을 의식해 책임을 뒤로 미룬 측면도 없지 않다. 총 정원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사법개혁위원회가 '현재 사법시험 합격자 정원을 기준으로 한다'는 다수의견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현재 사시 합격자가 1,000명선이고 로스쿨 졸업자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80% 수준으로 할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총 입학정원은 1,200명 수준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은 3,000명 선까지 대폭 증원을 요구하며 사개추위 안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원을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국민참여재판 - 2007년 형사재판에 도입
사개추위는 일반 국민을 재판에 참여시켜 사법제도의 투명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2007년부터 배심ㆍ참심제 혼용재판을 형사 재판에 도입키로 했다.
이날 의결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살인, 강도ㆍ강간, 뇌물 등 중죄를 저지른 형사범은 본인이 원할 경우 1심에서 배심원이 참여하는 재판을 받을 수 있다. 대상범죄에 따라 5명, 7명, 9명이 참여하는 배심원단은 3명의 재판부와 함께 공판과정을 지켜본 뒤 자체 평결을 통해 유ㆍ무죄 여부와 형량에 관한 의견을 정해 재판부에 통보한다. 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을 감안해 시범실시 기간인 2012년까지는 배심원단의 의견에 '권고적' 효력만 부여해 재판부가 참고하되 구속은 받지 않도록 했다.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시범실시 기간 동안 매년 100~200건 정도로 제한된다.
사개추위는 5년간 새 재판시스템의 진행경과를 지켜보면서 우리 실정에 적합한 재판참여 제도를 만들기 위해 국민사법참여위원회를 구성해 2012년께 최종적인 국민참여재판 형태를 확정하기로 했다.
◆재정신청 전면 확대 - 모든사건에 확대 적용
재정신청이란 고소ㆍ고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경우 고소ㆍ고발인이 검찰 처분에 불복해 사건을 재판에 회부하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직권남용ㆍ불법감금ㆍ가혹행위 등 공무원이 저지른 일부 범죄와 중요한 선거범죄에만 적용해 왔다. 사개추위는 앞으로 이 제도를 전체 범죄에 적용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고소ㆍ고발인의 주장이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묵살되지 않도록 법원이 견제하도록 한 것이다.
재정신청 확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앞으로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는 법원에서 이뤄지게 돼 현재 "불기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헌법소원은 자동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선 헌법소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억울하니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식의 재정신청 남발을 막기 위해 사개추위는 재정신청 전 반드시 검찰에서 한차례 불복절차(항고)를 거치도록 했다. 따라서 항고가 기각될 경우에만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재정신청이 기각될 경우 관련 비용은 고소ㆍ고발인에게 부담시킬 수 있도록 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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