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삶의 네 가지 고통 중 살아있는 사람들이 피부로 가장 먼저 느끼는 고통은 질병이다. 암부터 에이즈까지, 현대 의학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이름조차 몰랐던 무수히 많은 질병으로 우리는 시달리고 있다.
1998년 6월21일 첫 방송된 ‘병원24시’ (화요일 밤 12시)가 7년 넘게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을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아무리 위대한 인간도 질병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생의 진리였다.
그렇기에 늦은 밤 시간대에 편성되고 있지만 ‘병원24시’는 절망과 싸우는 사람들의 아프지만 꿋꿋한 이야기로 감동을 주며 7% 내외의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그런 ‘병원 24’가 잇따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3주 동안 소개된 생소한 질병들이 일반인들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4월3일 방송에서 선천성 다발기형증에 태어날 때부터 항문이 없는 아홉 살 민종이의 사연을 소개한데 이어, 5월1일에는 구강편평상피암으로 얼굴이 썩어 들어가고 있는 37세의 박종진씨 이야기를 방송했다.
방송이 나간 뒤 박씨는 네티즌과 시청자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들이 모은 성금으로 수술을 마친 상태다. 동창생들을 중심으로 박씨를 돕기 위한 인터넷 카페도 설립됐다.
이어 17일에는 진행성 반안면위축증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오른쪽 얼굴의 성장이 멈춰버린 김영미(21)씨 이야기가 소개됐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며 수술비를 모으고 있는 그녀는 가출과 자살 시도 끝에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서 지금은 “왜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지 알 수 없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됐다.
10일 방송부터는 6㎜ HD카메라를 사용하는 새로운 시도도 하고 있다. 그러나 PD 8명 작가 6명이 동원돼 외주제작사 JRN 프로덕션에서 만들고 있는 ‘병원 24’ 제작진은 정작 “담당 PD들이 자신이 취재한 환자가 끝내 죽으면 일주일 넘게 앓아 눕는 경우도 숱하다”고 말할 정도로 괴롭다.
2001년부터 ‘병원24시’를 맡은 JRN 프로덕션의 오승배 팀장은 “병원을 취재하는 일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도 “그래도 희귀 질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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