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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기술 미래는… 전문가 5,000명 대상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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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기술 미래는… 전문가 5,000명 대상 설문

입력
2005.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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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5월 어느날. 초등학교 3학년 미래(가명) 군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여름 방학을 맞아 온 가족이 우주관광을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 유인탐사선이 달의 자원을 활용한 ‘국제공동 우주공장’에 입주한 것을 기념해 A여행사가 동남아 관광 비용에 불과한 저렴한 우주관광 상품을 내놓은 덕이다.

독감으로 고생하는 삼촌도 고민 끝에 우주관광에 동행키로 했다. 의사는 엄지 손가락 내부에 여러 질병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랩온어칩(Lab on a chipㆍ칩 안의 검사실)’을 장착한다는 조건 아래 삼촌의 우주관광을 허락했다. 핏속을 헤엄쳐 다니다가 독감 바이러스를 만나면 약물을 방출하는 ‘나노 캡슐’도 몸 안에 주입했다.

미래 군 가족이 집을 비우는 사이 10년째 함께 생활하고 있는 로봇 ‘하우스보’가 집을 지킬 것이다.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하우스보는 청소는 물론 미래 군의 공부까지도 책임지는 고마운 식구다.’

이것은 1년 반 동안 전문가 5,000명이 동원되는 대대적인 조사 끝에 과학기술부가 내놓은 ‘과학기술예측 조사’가 제시한 미래의 모습이다. 정부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오 명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제17차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열고 ‘2005~2030년 과학기술예측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과학기술계 전문가 130명으로 구성된 국과위 기술예측위원회(위원장 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가 2003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과학기술 전문가 5,000명으로부터 얻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향후 예상되는 변화를 ‘인구성장과 자원’, ‘물’ 등 15개 대주제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 세계 에너지 수요는 2025년까지 54% 증가하며 한국의 에너지 수요는 향후 30년간 연 2.3%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원자력 에너지 등 화석에너지 이후 시대를 위한 기술 개발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97%에 달하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획기적인 해결책이 없는 한 2020년까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 늘어 2000년 대비 8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고 2011년이면 40억 톤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변화된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전망한 ‘우리사회의 주요 요구 사항’에 관한 조사는 희망적 미래상을 제시했다. 향후 우리사회의 요구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8개 분야 기술과제 761개를 분석한 결과 전체 과제 중 498개가 10년 안에 실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자투표ㆍ화폐(2009년)나 자동운전시스템(2014년), 온라인 재택 치료시스템(2013년) 등 정보기술(IT)관련 기술의 실현 시기는 대부분 10년 이내로 나타나 ‘IT 강국’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반면 유인 우주도시 건설(2024년), 달로 떠나는 저가의 우주관광(2025년), 달 기지와 우주공장(2027년) 등 우주와 관련한 기술은 대부분 ‘먼 미래’의 일로 전망됐다.

2013년에는 암 조기 진단, 2017년이면 장기이식용 동물의 대량 사육 기술이 실용화되고 2020년이면 생체시계를 이용한 노화방지 메커니즘이 규명되는 등 생명공학기술을 통한 ‘무병장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시됐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2013년이면 연료전지 자동차가 실용화되고 2019년이면 화학물질 대신 친환경 생물을 이용한 공정이 보급돼 지구는 보다 깨끗해질 것으로 보았다.

과기부 관계자는 “과학기술 예측의 목표는 우리 삶에 필요한 각종 기술이 실현될 시기를 전망해 이에 맞춘 중장기 연구ㆍ개발 계획을 수립하는데 있다”면서 “늦어도 6월 중 관계 부처와 민간인 추천을 받은 ‘미래 국가 유망기술위원회’를 만들어 조사 결과를 다각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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