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을 만난 적도,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을 보고 받은 적도 없다.”(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10일 비서관을 통해)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과 신 전 사장으로부터 지난해 9월 보고를 받고 실무자들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했다.”(이 장관 17일 검찰조사에서)
철도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16일 밤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전격 소환돼 밤샘조사를 받은 이 장관은 결국 자신이 거짓말을 했음을 시인했다.
앞서 구속된 김 전 차관은 사건 초기 “유전사업은 왕영용 사업개발본부장이 알아서 한 일로 제대로 보고 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왕 본부장에게 청와대 보고를 지시하고 이후에도 꾸준히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청 차장이던 신 전 사장은 또 어떤가.
그는 지난달 초 감사원 조사에 즈음해 “내 위임장을 위조한 왕 본부장 등을 고발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지만 이는 신 전 사장의 승낙이나 묵인 하에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결론을 내렸다.
이쯤 되면 왕 본부장 등 아랫선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기도 피곤할 지경이다.
수사라는 게 거짓의 더미 속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일인 만큼 “검찰이 수사를 잘했네”라고 달리 볼 수도 있겠다. 구속된 전대월씨 등 민간 사업자들의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수십년 간 공직에 있으면서 나라에서 적지 않은 녹을 받았을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거짓말을 하다 들통나는 꼴을 지켜보기란 여간 씁쓸한 게 아니다.
이들의 거짓말이 잠시라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얕은 생각 때문이었는지, 중요한 무엇인가를 감추기 위함이었는지는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 그나마 확실한 건 유전의혹과 관련한 거짓말의 향연이 이쯤에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진성훈 사회부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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