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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男 드라마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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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男 드라마에 빠지다

입력
2005.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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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부사장인 김모(46)씨는 요즘 주말 밤마다 TV 채널을 돌려가며 드라마 보기에 바쁘다. 먼저 충무공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총신인 왜국의 명장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초전박살 내 13일간 무인도에서 물미역으로 목숨을 부지한 졸장으로 만들어버린 한산도대첩을 그린 KBS1 ‘불멸의 이순신’을 본다.

전쟁 장면이 끝나면 얼른 MBC로 채널을 돌려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장태완 수경사령관의 대결 등 12ㆍ12 쿠데타 과정이 박진감 넘치게 그려지는 ‘제5공화국’에 몰입한다.

국세청 사무관인 장모(49)씨도 ‘제5공화국’에 푹 빠져 산다. 식구들이 즐겨보는 KBS2 ‘부모님전상서’는 밍밍해서 통 재미가 없다는 그이지만, 자신이 거쳐온 격동의 세월을 그리는 ‘제5공화국’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는 월요일 출근해서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 왜 재가 문제를 그토록 오래 끌었을까’ ‘전두환은 처음부터 쿠데타를 기획했을까’ 같은 문제를 놓고 한바탕 동료들과 격론을 벌인다.

‘드라마’의 ‘드’자만 꺼내도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중년 남성들이 주말 밤 TV 앞에 몰려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들고 있다. ‘용의 눈물’(1996)을 시작으로 ‘태조왕건’ ‘무인시대’ 등 선 굵은 사극을 선보여온 KBS 1TV는 ‘불멸의 이순신’을 통해 다시 한번 남성 시청자들을 붙잡고 있다.

여기에 MBC가 ‘제4공화국’(1995) 이후 10년 만에 본격 정치드라마 ‘제5공화국’을 선보이면서 중년 남성들도 전례 없는 ‘골라보는 재미’를 즐기고 있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이 4월16일부터 5월15일까지 한 달간 집계한 수치에 따르면 주말 밤 9시30분~11시 30~54세 남성시청자의 상대점유율(전체 시청자에서 특정집단이 속하는 비율)은 25.4%에 달했다.

평일 같은 시간대 점유율 20.79%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 반면 같은 연령대 여성 시청자의 점유율은 평일 36.71%에서 주말 32.65%로 하락했다.

프로그램별 시청 추이도 마찬가지다. ‘제5공화국’의 경우 상대점유율이 가장 높은 층은 40대 남성(13.11%)이고, ‘불멸의 이순신’도 40대 이상 남성의 점유율이 29.68%에 달한다.

중년 남성들 사이에 불고 있는 드라마 열풍은 보기 드문 사회 현상을 낳고 있다. 여성, 혹은 젊은 시청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드라마 내용에 관한 논쟁에 중년 남성들도 한 몫 끼어들고 있는 것. 이들은 드라마 내용과 역사적 사실을 비교해 가며 ‘전두환이 너무 미화되는 것 아니냐’는 등 논란을 흡연실 화제 혹은 술자리 안주거리로 올리고 있다.

김현준 KBS 드라마1팀장은 “그동안은 중년 남성들을 드라마 비(非)시청층으로 분류했지만 최근 들어 이들이 정치, 역사 드라마 말고도 가족이나 부부 문제를 그린 드라마에도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규 MBC 드라마국장도 “남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드라마도 볼 만한 게 있다’는 좋은 이미지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말 밤 시간대는 역사와 정치, 사회 전반을 다뤄 이들을 붙잡을 수 있는 드라마를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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