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체제가 출범 50일도 못돼 좌초가 우려될 만큼 표류하고 있다. 통합의 리더십과 강력한 여당을 표방한 취임 일성이 무색할 지경이다.
떠나는 민심을 잡기위해 지도부 워크숍에다 혁신위 회의 등 하루가 멀다 하고 회의가 열리지만 당의 무기력증만 확인할 뿐이다. 회의가 열릴수록 해묵은 노선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불신만 커지고 있다. 오죽하면 문 의장 스스로 “출범 초 허니문도 맛보지 못하고 천덕꾸러기가 된 느낌”이라고 자조할 정도다.
여당의 위기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매달 정당지지도를 조사해온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따르면, 5월의 우리당 지지율은 23.2%다. 여대야소를 열었던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반면 한나라당은 17대 들어 가장 높은 30.7%로 크게 올랐다. 여야의 지지도 반전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문 의장 체제가 제대로 돛을 펴기도 전에 표류하게 된 데는 재보선 참패가 결정적이었다. 23대0이라는 결과가 리더십 동요로 이어졌다. 초선 의원들은 물론 일부 중진까지 가세해 “당에 간판이 없어 패배했다”며 대권주자들의 조기복귀론을 주장하며 문 의장 체제를 흔든 것도 악재였다.
이러다 보니 회의에 지각이 다반사이고 출석률도 저조하다. 당내 기강이 느슨해진 것이다. 상중위원들만해도 이 달 초 국회 과거사법 표결 때 4명이 반대하거나 기권해 찬성당론을 무색하게 했다.
당이 무력감을 보이면서 정책조정능력도 급속히 약해졌다. 우리당은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지자체 갈등, 행정도시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수도권의 반발, 검경의 수사권 갈등 등 정치력이 필요한 현안에 거의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실거래가 기준 양도세 부과조치 등에 대해서도 우리당은 16일에야 사후 통보나 다름없는 당정협의를 가졌다.
한 재선의원은 17일 “의원들 사이에 이대로 가면 10월 재보선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까지 질 것이란 위기감이 상당하다”며 “위기라는 것은 분명히 아는 데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고 탄식했다. “전투엔 져도 전쟁엔 이긴다”는 ‘대선 필승론’을 펴던 낙관론도 쑥 들어갔다.
이런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해 당무개선위는 의장_원내대표의 투톱 체제를 의장 중심의 원톱 체제로 개편, 리더십을 강화하고 사무처를 개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혁신위도 17일 첫 워크숍을 여는 등 처방전 작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약발이 얼마나 통할 지는 미지수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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