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회담 이틀째인 17일 남북 양측은 밤 늦게까지 공동보도문를 내기 위한 지루한 신경전을 폈다. 특히 비료지원 물량과 시기, 장관급 회담 일정, 남북관계 정상화 등의 쟁점을 둘러싼 밀고 당기기가 극심했다.
이날 회담은 시종일관 순탄치 않았다.
남북 대표단은 회담 초반에는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첫 날과 마찬가지로 김만길 북측 대표단 단장은 이날 오전 9시 40분 여관 입구에서 이봉조 남측 수석대표를 비롯한 남측 대표단을 맞이했다.
양측은 3층 회의장까지 함께 이동하며 개성공업지구 등을 화제로 얘기를 나눴다. 김 단장은 “어제 밤 좋은 꿈 꾸셨느냐”는 남측 기자들의 질문에 “좋은 꿈 꾸어야죠”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남북은 곧바로 남북 연락관 접촉을 가진 뒤 오전 10시 40분부터 수석대표 접촉을 시작했다.
하지만 1시간 15분 동안 진행된 수석대표 접촉이 끝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 접촉에서 남북은 핵 문제와 남북대화 재개 일정, 비료지원 등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접촉 후 회담장을 나서는 이 수석대표는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는 협의 결과를 묻자 “협의 중”이라고만 답하고 남측의 현장 상황실로 총총이 사라졌다.
이후 낮 12시 30분으로 예정됐던 남북 공동오찬은 돌연 남과 북의 개별오찬으로 변경돼 틀어진 분위기를 입증했다.
남측 관계자는 “난항, 진통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밝지 않다. 예상했던 상황이지만 쉽지 않다”고 전했고, 북측 관계자들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16일 남북이 원칙적 합의를 본 남측 당국 대표단의 방북 문제의 협상도 잘 진척되지 않았다. 이 즈음 남측은 북핵 문제의 보도문 명기방침에 지나치게 매달리기 보다는 남북관계 정상화에 주력하는 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북측 역시 내심 원하는 비료지원 물량과 시기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남북 수석대표들은 오후 3시 20분 접촉을 재개했으나, 이렇다 할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30분만에 헤어졌다.
정부는 남측 대표단의 당초 귀환 예정 시간인 오후 4시를 넘어서도 뚜렷한 진척이 없자 심야 줄다리기 협상에 대비했다.
난항이 이어지던 오후 3시30분을 전후로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차례로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 상황실을 찾았다. 정 장관 등은 서울 상황실에서 합의문 대책을 숙의하면서 협상 지침을 현장으로 바로바로 시달했다.
개성=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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