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투자금융기관 모건스탠리가 투자자에게 잘못된 재무정보를 재공해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지불하게 됐다. 특히 모건스탠리의 투자정보 관리의 허점이 드러나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미국 플로리다 법원은 16일 억만장자 투자자 로널드 페렐먼이 기업을 매각할 당시 자문을 맡았던 모건스탠리가 매입하려는 회사의 재무관련 정보를 잘못 알려줘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모건스탠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 모건스탠리는 페렐먼에게 6억 430만 달러(약 6,043억원)를 지불해야 한다.
1998년 페렐먼은 자신이 경영하던 기업 콜맨을 설비 제조업체 선빔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현금 1억 6,000만 달러와 선빔 주식 1,410만 주를 받기로 합의했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선빔의 재정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자문했다.
하지만 선빔이 회계부정 등으로 2001년 파산신청을 내면서 페렐먼이 갖고 있던 6억 8,000만 달러 어치의 지분은 휴지가 돼 버렸다. 페렐먼은 모건스탠리가 자신을 속였다며 2003년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모건스탠리의 자문을 받았던 사실을 확인했다”며 페렐먼의 손을 들어줬다. 페렐먼은 간접 손해를 다시 계산해 2억 달러의 추가 소송을 준비 중이다.
특히 재판과정에서 모건스탠리가 당시의 자문상황을 알려줄 전자우편과 서류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쟁점이 됐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6월 자문내용이 담긴 전자우편 및 서류 등을 백업해 보관해 두었던 기록테이프를 증거자료로 법원에 제출하고 확인서까지 작성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그 뒤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기록테이프 1,600개가 기술적 결함으로 뒤늦게 발견됐다면서 추가 제출했다.
법원은 “자료누락은 모건스탠리의 신뢰도에 나쁘게 작용했다”고 밝혀 예외적으로 높은 배상금을 명령한 이유로 들었다. 모건스탠리는 “선빔이 파산하면서 우리도 3억 달러의 손해를 봤다”면서 “우리가 선빔이 재정상태를 속이는 것을 도와줬다는 취지의 판결을 인정 할 수 없다”고 항소의사를 밝혔다.
17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모건스탠리는 이미 고객의 투자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전자우편과 서류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수십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경험을 갖고 있다”며 “이번 판결도 모건스탠리가 정보관리를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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