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올 여름은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는 인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달러의 가치 하락 때문이다. 달러 하락은 원화 가치 상승과 같은 의미. 지난 해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1달러=1,200원’ 선이었지만, 올해는 1,000원으로 떨어졌다. 해외에 나가보면 물가가 싸졌다는 느낌이 확연하게 든다. 체감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경제 관련 기관의 잇단 발표도 나오고 있다.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 해일(쓰나미)로 여행객이 줄어들자, 해당 국가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물론 요금도 싸졌다. 그래도 찜찜하다면 대안은 많다. 동남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가졌던 태평양으로 눈을 돌려 보자. 동남아보다 훨씬 맑은 물빛과 쾌적함이 있다.
열대 지방으로만 떠나는 휴양형 여행뿐만은 아니다. 동유럽 특유의 고풍스러움이 있는 프라하 기행이나, 세계 문화 유산이 있는 앙코르와트도 권할만하다. 최근 늘고 있는 골프 여행지도 많다. 하지만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 보다 현지에서 어떻게 지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베스트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 몰디브는 섬나라이다. 남북 820㎞, 동서 120㎞의 바다 속에 1,190개의 섬이 잠겨 있다. 높이는 겨우 1~2m. 몇 개의 섬을 한 데 묶어 아톨(atoll)이라고 불리는 산호초가 둘러싸고 있다. 이런 산호군도만 28개이다. 산호 가루가 부서져 바다속에 잠기면 색깔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 낸다. 흰색이 보이는가 하면 초록, 하늘색, 감청색도 있다. 산호의 색깔과 물의 깊이에 따라 색이 변할 뿐 색을 만들어내는 매개체가 대부분 산호라는 것이 놀랍다. 쓰나미의 피해를 덜 입은 것도 산호가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보호막 기능을 한 까닭이다.
몰디브의 관광 시스템은 독특하다. 섬 하나에 단 한 개의 리조트만이 들어서 있다. 이런 리조트가 82개나 된다. 수도인 말레, 공항이 있는 훌룰레 섬 등 특정 섬을 제외하고는 관광객의 출입이 통제된다. 흔히들 몰디브를 다녀 왔다고 하는 것은 몰디브의 특정 리조트를 다녀왔다는 의미이다.
‘동반견문록’의 저자 마르코 폴로는 ‘인도양의 꽃’이라고 불렀고, 모로코 출신 이슬람 여행가인 이븐 바투타는 ‘세상의 경이로움’이라고 표현했다. 몰디브(Maldives)라는 표기도 알고 보면 이슬람어로 화관(花冠)에서 유래한 것이다.
몰디브의 진정한 매력은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데 있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몰디브로 향하는 비행편은 대부분 출·도착이 밤에 이뤄진다. 방법은 있다. 별도의 경비행기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리조트를 예약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항과 가까운 섬은 스피드보트나 전통배인 도니를 이용하지만, 공항에서 먼 섬은 수상비행기로 승객을 실어 나르기 때문. 화려함에 감춰진 이면도 있다. 모든 리조트가 길이 1~2㎞남짓한 섬이다 보니 한 바퀴 산책하는 데도 20~30분이면 끝이다. 며칠씩 묵다 보면 심심해질 가능성이 많다.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빙, 제트 스키, 윈드 서핑 등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좋다.
몰디브나 빈탄 여행은 싱가포르를 떼어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몰디브로 가는 대부분 비행편이 싱가포르를 거쳐야 한다. 빈탄 리조트를 가려면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왕 하는 여행인데 싱가포르를 경유지로만 간주하기는 너무 아쉽다. 다행히 싱가포르 여행은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의 지하철에 해당하는 MRT가 도시 곳곳을 누비고 있고, 버스와 택시 등 대중 교통 수단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여행 도중 하루나 이틀 정도 시간을 내 싱가포르 관광에 나선다면 뜻하지 않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 싱가포르 최대의 관광 단지는 센토사 섬이다. 섬 전체가 대형 테마 파크다. 나비 공원, 곤충 박물관, 케이블카, 음악 분수, 볼케이노 랜드, 언더워터 월드, 시네마니아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다. MRT 하버프론트역 앞에서 셔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마운트 페이버에서 케이블 카를 이용해도 된다. 매일 오전 8시 30분~오후9시까지 30초 간격으로 운행한다. 센토사 섬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바닥이 투명 유리로 된 케이블카도 있다. 낮도 좋지만 밤의 센토사는 그만의 운치가 있다. 매일 저녁에 펼쳐지는 음악 분수 쇼는 센토사 섬 관광의 백미.
밀림 지역인 셀렉타 저수지 인근에 조성된 1만㎡규모의 싱가포르 동물원도 추천 코스. 240여종 2,000여 마리의 동물이 서식한다. 개천이나 암벽 등 자연 장벽으로 관광객과 동물을 분리하고 있어 동물원이라는 느낌보다 살아있는 야생 초원의 느낌이 강하다. 동물원 맞은 편에는 밤에만 개장하는 세계 최초의 나이트 사파리도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사용된 장갑차를 개조한 수륙 양용 자동차를 타고 도시와 싱가포르강을 누비는 ‘덕 투어’는 최근 싱가포르 관광객이 꼭 타보고 싶어하는 인기 아이템. 선텍 시티에서 출발, 마리나파크를 가로지른 뒤 싱가포르 강으로 들어가 에스플레네이드와 싱가포르의 상징물인 멀라이언 등을 둘러 본다.
◆ 빈탄이 어느 나라냐고 물으면 싱가포르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 모든 여행 상품이 싱가포르와 연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빈탄은 엄연한 인도네시아 땅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관광지 개발을 위해 섬의 북부 일부를 인도네시아로부터 빌려 개발했다. 싱가포르 본토와의 거리는 50㎞가량. 원래 싱가포르인들의 주말나기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리조트 시설이 좋다 보니 세계적인 휴양지로 자리매김했다. 반얀트리, 빈탄라군 리조트, 너와나 가든, 클럽메드 등 현재 9개의 리조트가 조성돼 있다.
창이공항에서 차량으로 10분 정도 걸리는 싱가포르 타나메라부두에서 고속페리호가 매일 출발한다. 소요 시간은 45분. 평일에는 하루 5차례, 주말에는 8차례 왕복 운항한다. 빈탄도 몰디브처럼 한 리조트에 투숙하면 다른 리조트로 옮겨 다니기가 쉽지 않다. 대신 리조트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세계적인 리조트 체인인 클럽 메드는 한 번 투숙하면 리조트 내 대부분 놀이 시설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글·사진=한창만기자 cmhan@hk.co.kr
■ 여행팁
몰디브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인천 공항에서 싱가포르 항공(02-3455-6616)을 이용, 오전 9시에 출발, 싱가포르에 오후 2시3 0분께 도착, 6시간 대기한 뒤 오후 8시3 0분께 싱가포르를 출발해 몰디브 훌룰레 공항에 오후10시께 도착한다. 스리랑카 항공이 일본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운행하고 있다.
빈탄으로 들어가려면 인도네시아 비자가 있어야 한다. 빈탄페리 부두에서 입국할 때 미화 25달러를 내면 즉석에서 발급해 준다. 빈탄 여행시 주의해야 할 점은 시차. 한국과 싱가포르가 1시간 차이지만, 빈탄과는 2시간 차이이다. 입국할 때 미리 시간을 맞춰두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싱가포르의 통화는 싱가포르 달러이다. 미국 달러와는 다르다. 시내에서는 미국 달러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공항에서 미리 환전해야 한다. 1싱가포르 달러는 한화 630원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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