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도요타는 2000년부터 원가 30% 절감 운동을 실시했다. 하청업체에 부담을 떠 넘기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협력업체와 함께 원가를 절감한 뒤, 이득의 일부를 돌려주는 ‘성과공유제’를 시작한 것이다. 이 결과 도요타와 협력업체 덴소는 현재 각각 세계 수준급 자동차 회사, 세계 3위의 자동차부품회사라는 동반 성장을 이뤘다.
포스코는 지난 달 대동중공업과 우진 등 5개 협력업체가 기술개발로 포스코의 생산원가를 절감시킨 성과를 인정해 총 27억원을 지급했다.
대동중공업은 제품수명향상과 외주수리비 절감에 기여한 성과가 인정됐고 우진은 제강공장 정련로의 쇳물 온도측정을 자동화한 대가였다.포스코는 앞으로도 15개 협력사와 성과공유제를 실시해 총 250억원의 성과보상을 할 계획이다.
16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에서는 이 같은 노사 상생 모델이 발표됐다. 회의에는 삼성 이건희, 현대자동차 정몽구, LG 구본무, SK 최태원 회장 등 대기업 총수와 중소기업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대ㆍ중소기업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성과공유제, 공동기술개발, 인력교류 등을 확산시키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특히 중소기업과 전략적 파트너관계를 맺으며 동반성장을 모색하는 해외사례도 집중 소개됐다. ‘인텔펀드’를 조성해 모바일, 인터넷, 디지털가전 벤처기업에 약 20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는 인텔의 케이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인텔이 돕는 업체는 모두 인텔칩을 사용하는 회사로, 그 기업이 성장할 경우 인텔의 매출도 늘어나게 돼 있다. 핸드폰 제조업체 노키아 역시 ‘벤처링’이라는 펀드를 조성해 정보통신, 바이오벤처 기업을 지원하며 새로운 사업 다각화의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또 삼성, 현대자동차의 하청업체 현금결제, 기술개발 지원 등의 사례가 발표됐지만 여전한 불공정 관행도 지적됐다. 한 대기업은 협력업체가 임금을 인상하자 그 업체에 초과이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일방적으로 납품단가 인하를 통보했다. 자격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최저가 입찰을 시행, 하청업체들이 출혈을 감수하며 과다경쟁을 한 사례도 있었다.
산자부 오영호 차관보는 “우리나라의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관계는 아직은 제한적이고 초보적 수준”이라며 “대기업이 성과만 가져가고 비용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한 우리나라 산업의 중장기 발전은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를 계기로 포스코에서 운영되고 있는 성과공유제를 한국전력 등 공기업부터 시범도입해 점차 민간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ㆍ중소기업간 공동기술개발 지원도 크게 늘리고 자동차, 기계 등 7개 업종의 기술개발을 위한 대ㆍ중소기업 컨소시엄에 9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한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의 부품개발, 연구개발 등에 향후 5년간 13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올해에도 지난해보다 2,000억원을 중소기업에 지원할 계획이다.
구본무 LG 회장도 지난해 190억원에 이어 올해에도 협력회사에 연리 4%로 총 500억원을 지원하는 등 2009년까지 총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6월부터 연간 5조원 규모에 이르는 중소 협력업체와의 거래에 대해 전면 현금결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협력중소기업에 사업제안 상담부터 등록 및 컨설팅, 교육 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하는 '원스톱'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