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중소 건설업체가 총 공사비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중국 요동성 장흥도 항만 접안시설 공사를 수주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연매출 50억원에 불과한 전문 건설업체 혜민기술공영의 홍용표(50) 회장.
중국 정부는 현재 요동반도 11개 지역에 선진 항만기지를 건설하는 ‘1도(島) 3만(灣)’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홍 회장은 이 계획의 일환인 ‘장흥도 심수 항구 건설공사’의 안벽 축조공사 시공권과 설계ㆍ감리권에 대한 양해각서를 지난달 7일 다롄(大連)에 있는 ‘흥우장흥도항무유한공사’와 체결했다.
혜민기술공영은 우선적으로 5만~7만톤급 선박 5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잡화부두를 22억 위안(약 2,900억원)에 수주, 2007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또 향후 2,3단계 공사도 우선적으로 수주받기로 합의하는 등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공사 수주가 예상된다고 홍 회장은 설명했다.
혜민기술공영은 이 달 말까지 예비설계를 끝내고 내달초 시공을 맡을 국내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중국에서 사업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중소 건설업체인 혜민기술공영이 이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된 것은 홍 회장의 개인적인 인연 덕분이다. 경동고, 성균관대를 나온 홍 회장은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한국전력 원자력사업단, 한국전력기술(책임기술원) 등을 거쳐 92년 건설업체인 일흥공영을 설립했다.
회사는 설립 4년만인 96년 연매출 350억원, 직원수 80명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듬해 1월 주거래업체인 한보가 부도 나면서 타격을 입었다. 당시 홍 회장은 한보로부터 공사대금 214억원 중 80억원을 받지 못했고, 그 여파로 일흥공영도 같은 해 7월 동반 부도가 나고 말았다.
부도 후 사업을 접었던 홍 회장은 2001년 혜민기술공영을 설립, 재기에 나섰다. 그러던 2004년 말, 95년 의료사업 투자차 다롄시를 방문했다 알게된 뒤 친분을 맺어온 보시라이(薄熙來) 전 다롄시장이 중국 중앙정부의 상무부장(한국의 산업자원부 장관)에 임명돼 ‘1도 3만’ 계획을 진두 지휘하게 되면서 홍 회장에게 공사를 맡아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해왔다.
보시라이 상무부장은 다롄시장 등에게 공사를 맡을 한국측 파트너로 홍 회장을 추천했고, 그것이 공사 수주로 이어졌다.
홍 회장은 기업 활동을 하면서 단순한 이윤 추구보다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역지사지의 경영’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아왔다고 한다. 그는 “부도 당시 ‘나는 손해를 봐도 납품업체에게는 피해를 안겨줘선 안된다’는 생각에 강남 사옥과 당진 공장 등을 정리해 나눠준 것을 개인적인 위안거리로 삼고 있었는데 이런 뜻밖의 기회가 찾아와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 공사는 월초에 선급금을 지급받고 월말에 공정진행율에 따라 정산을 받는 방식인데다, 중국 정부가 이미 22억 위안의 공사대금을 유치한 상태여서 대금 지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홍 회장은 설명했다.
홍 회장은 단순한 이윤 추구보다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다 보니 이런 기회가 만들어진 것 같다”며 “흔히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 실패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제 중국은 세계의 자금과 기술이 몰리는 곳으로 예전의 중국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