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및 택시노련 비리 의혹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한국노총의 긴급연석회가 열린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청암동 한국노총 10층 회의실. 산별노조 대표와 지역본부장 등 40여명은 조직 창립 5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노총의 현주소를 그대로 설명하듯 입을 꾹 다문 채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장에 들어섰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표자로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위원장의 모두 발언을 고개를 푹 떨군 채 듣고 있던 참석자들의 모습에서는 한국 노동계의 한 축을 이끌었던 의연한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이 위원장의 말이 끝나자 회의장은 조직의 2인자에서 수배자로 전락한 권오만 사무총장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최소한의 양심도 갖지 않은 인물이 어떻게 사무총장에까지 올랐는지 이해 할 수 없다” “어떤 조직이라도 해를 끼칠 사람이다” 등 질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권씨의 혐의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위를 유지토록 했던 10일 산별대표자회의 때의 분위기와는 180도 달랐다.
참석자들은 바로 검찰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권씨에 대해 이날자로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또 내달 1일 열리는 임시대의원대회에 권씨에 대한 불신임안을 상정하고 신임 총장을 선출키로 했다. 역시 체포영장이 발부된 임남훈(전 택시노련 경남지역본부장ㆍ현 경남도의원) 한국노총 경남도본부 의장에 대해서는 인준을 취소했다. 두 사람에 대해 “하루 속히 검찰에 자진 출두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혐의에 대해 진실을 밝히라”는 성명도 채택했다.
두 사람에 대한 처리가 반대 의견 없이 일사천리로 끝나자 이번에는 조직개혁을 촉구하는 발언이 잇따랐다. 한 참석자는 “한국노총이 제2의 탄생에 성공하지 못하면 자멸하고 말 것”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경고했고 다른 참석자는 “택시노련 사건은 겉으로는 개인비리사건이지만 사실은 한국노총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구조 개혁을 위해 산별조직 및 지역본부의 실무간부를 중심으로 한 ‘노조의 도덕성 및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직 혁신기획단’을 구성했다. 기획단은 발족 직후 조직의 도덕성과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감사제도 도입과 노조간부 재산 공개, 비리 연루 간부의 임원 진출 차단, 재정 자립도 제고 등 조직개혁방안을 마련했다. 혁신단은 다음주에 이 방안에 대한 내부 공개토론회와 외부 자문절차를 거쳐 역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승인받을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서울 여의도 중앙근로자복지센터 발전기금 문제와 관련, 이 위원장일 사과의 뜻을 거듭 밝혔다. 이 위원장은 “복지센터 발전기금 문제 등은 검찰에 직접 출두해 조사 받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이런 회의는 앞으로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회의장을 나섰다. 그러나 이 모습을 보면서 한 시민은 “이번에 마련된 대책이 제대로 실천되는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라고 의문부호를 달았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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