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愛憎)이 마구 뒤섞이는 일종의 정신질환적 감정 상태에서 동의한 결혼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김선종 부장판사)는 15일 A(여)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씨에게 분노를 느끼던 A씨가 자발적으로 혼인신고를 하는 등 B씨를 좋아하는 듯한 일련의 행동을 한 것은 정신분열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양가(兩價) 감정’(상반된 감정이 혼재하는 현상) 때문이므로 혼인에 하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은 사기 또는 강박에 의해 혼인과정에 하자가 있는 경우 이를 혼인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재판부는 A씨의 경우도 "의사결정 능력과 판단력이 매우 제약된 상태에서 한 혼인신고이므로 취소 사유가 된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2002년부터 B씨와 교제하던 A씨는 원치 않는 임신중절과 "결혼해 낳은 딸이 있다"는 B씨의 고백 등에 충격을 받아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미워하는, 애증을 번갈아 느끼는 정신질환을 앓던 중 2003년 합의 하에 혼인신고를 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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