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가 국제 금융시장에 천덕꾸러기로 등장했다. 헤지펀드의 투기에 대한 대책이 강화되는 한편으로 헤지펀드 청산위기에 따른 도미노식 충격도 우려되고 있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이상급등을 초래하는 등 시장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각국 환투기에도 손을 댄 중국은 위안화 절상시기를 늦추는 핑계로 헤지펀드를 꼽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13일 감독에서 벗어나 금융 사각지대에서 투기를 일삼는 헤지펀드를 비판하고 통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헤지펀드의 투자철학이 독일사회의 철학과 양립 가능한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내각에 투명하고 철저한 통제를 지시했다.
미국에서 헤지펀드는 ‘GM쇼크’로 청산설이 나도는 등 다른 의미에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제2의 롱텀캐피털 사태로 번질 가능성은 줄어들었지만, 그 파장이 연쇄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은 여전하다.
헤지펀드는 2000년대 들어 신규자금 유입이 줄면서 급격히 감소, 2002년에는 약 20%가 문을 닫았다. 이후 경기회복을 타고 화려하게 부활해 현재 자산총액 1조 달러에, 펀드 숫자는 8,000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일반투자가는 물론 연기금까지 헤지펀드를 투자대안으로 삼으면서 퀀텀펀드의 조지 소로스가 복귀하는 등 헤지펀드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화려함이 남긴 그림자도 어느 때보다 길어진 모습이다. 헤지펀드들이 투자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검증되지 않은 상품에까지 투자하면서 파생상품 시장은 8조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있다. 헤지펀드들은 파생상품인 부실담보부증권(CDO) 중 수익률이 높은 투기등급채권에 투자해 지난해 20~30%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두 자릿수를 자랑하던 헤지펀드 수익률은 올들어 급락세로 돌아섰다. 10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투자지표인 헤네시 헤지펀드 지수는 올 들어 4개월간 1.6%, 4월에는 1.8% 떨어졌다.
부도율이 높아지는 등 위기신호가 감지된 가운데 터진 GM과 포드의 신용등급 추락은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우려로 확산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위기가 ‘파생상품 쓰나미’를 불러 금융기관의 연쇄부실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위크는 "헤지펀드의 투자·부실자산 규모 파악이 어렵고 위기관리가 되지 않는 파생상품으로 인해 도미노식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시한폭탄"이라고 평가한 파생상품에 대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잇달아 경고를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 "헤지펀드와 파생상품의 증가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은행 총재를 인용, 보도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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