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이틀 연속 상승하고 외국인들의 전기전자업종 순매수가 7일째 이어지자 증시가 바닥을 치고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솔솔 나오고 있다. 특히 남북 차관급 회담 재개로 북핵 위기감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면서 16일 종합주가지수는 모처럼 5포인트 이상 올랐다. 아직은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당분간 관망해야 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주가가 바닥을 형성했으며 오름세가 재개됐다는 주장과 추가 하락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시장 흐름이 지난해 12월말 올 1월초 상승 때와 비슷해지고 있다”며 “때가 된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보기술(IT)주와 코스닥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증권주가 선도하는 등 외관상 연초 강세장 시작 때와 유사한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3월 중순부터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위안화 절상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소재주에서 자금이 빠져 나와 IT주로 이동하는 모습”이라며 “이는 LCD업종을 중심으로 IT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소재주 약화와 IT주의 상승은 미국 증시에서도 발견된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에너지주는 급락하고 있는 반면, 지난 주말 델컴퓨터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등 잇단 호재로 IT주는 랠리를 보이고 있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오종문 상무도 “지수선물이 116에서 지지를 받은 후 길게 오르는 모습이어서 바닥을 찾은 양상이고, 16일 기술주 등 큰 종목이 상승하는 것을 보니 단순한 기술적 반등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트 분석상 20일 이동평균선이 12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이탈하는 ‘데드크로스’가 발생, 오히려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20일 이동평균은 929.66포인트, 120일 이동평균은 930.13포인트를 기록, 20일선이 120일선 아래로 약간 내려섰다. 일반적으로 기술적 분석상 단기 추세선이 장기 추세선을 차례로 하향 이탈할 경우 하락 추세로 전환되는 신호로 본다. 동부증권 최원경 연구원은 “과거 지수가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일 때 20일선과 120일선 사이에 데드크로스가 발생하면 평균 100포인트 이상의 하락을 경험했다”고 우려했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주이환 연구원도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주 연구원은 “아직도 금융시장에는 국내 내수경기의 본격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금융시장은 원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얻지 못할 것”이라면서 추가 조정을 겨냥해 ‘비중 축소’ 의견을 냈다.
그는 “2002~2003년 미국에서도 경기 부양책이 성공을 거둘 것이냐에 대해 지루한 논쟁이 있었지만, 2003년 2분기에 실제로 이를 확인하기 전까지 주식시장은 계속 하락했다”면서 “환율과 여러 경제 변수들을 감안할 때 국내 내수경기 회복여부는 3분기에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빨라도 6월 말은 돼야 장세 반전 가능성이 확인될 것이고, 그때까지는 추가 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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