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금원씨의 '여드름' 궤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주 특별사면한 강금원씨가 방송에 나와 궤변을 늘어놓았다. 대선캠프에 불법자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가 회사공금 횡령과 세금포탈 혐의만 유죄판결을 받은 것을 두고 “맹장 수술한다고 배를 쨌다가 여드름만 짠 격”이라고 비아냥댔다.

세금문제도 전문가에 맡겼던 터라 자신은 죄가 없다고 강변했다. 이어 또 다른 측근 이광재 의원이 유전의혹에 연루된 것에 대해 “민원인에게 누굴 소개하는 것이 무슨 잘못인지 서글픔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강씨는 이미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 방자한 언행을 과시했다. 그러나 경위가 어찌 됐든 기업인에게 가장 파렴치한 범죄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이가 사면되자마자 수사와 판결의 정당성을 공공연하게 비웃는 행태는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본인의 도덕성도 문제지만, 이런 인물에 대한 사법적 규제를 풀어준 대통령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강씨에게 세금포탈 혐의를 덧씌운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가 뚜렷하지 않은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범죄행위를 한갓 여드름에 비유한 것은 언뜻 재치 있는 말장난 일뿐 도덕적 법률적으로 터무니없다.

집행유예로 풀려나 이내 사면까지 됐으니 면죄부라도 받은 것으로 여긴듯하지만, 집행유예는 근신하고 자숙하라는 조건인데다 특별사면도 소급효력은 없다. 애초 지은 죄는 사면되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강씨의 언행은 무지 탓으로 치부하더라도, 의기양양하게 국가사법작용을 비웃도록 내버린 것은 문제다. ‘그게 그 쪽 코드’라는 비아냥을 듣기 싫으면, 지각 없는 언론이 자리를 깔아준다고 함부로 떠들어 국민을 서글프게 하는 언행부터 막기 바란다.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을 논란하는 것은 지금 오히려 한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