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트북PC 시장에서 저가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델의 김진군(39) 사장은 요가 마니아다. 요가를 시작한지는 1년 밖에 안됐지만 요가 중에서도 고난도 자세로 분류되는 ‘브리지’까지 해내는 수준이다.
일명 ‘죽음의 자세’라고도 불리는 브리지는 두 발을 바닥에 붙인 상태에서 몸을 뒤로 구부려 얼굴이 엉덩이에 닿게 하는 자세다. 자칫 초보자가 시도하려 했다간 부상을 입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도가 높다.
통상 요가르 시작한 후 3년이 지나야 할 수 있다는 고난도 요가를 1년 만에 해낸 김 사장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요가가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미치도록 몰두하다 보니 저절로 성과를 내게 됐다”고 간단하게 답했다.
실제 김 사장은 최고경영자(CEO)로서 바쁜 업무와 일정에도 불구, 제주에 거주하는 어느 요가 그루(스승)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10여 차례나 제주에 다녀오기도 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마친 뒤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미국 친구들이 공부 못지 않게 취미활동을 중요시하고, 특히 풋볼 럭비 등 팀플레이 위주의 스포츠에 익숙한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한다.
공부를 우선시하면서 태권도 유도 등 개인기 위주의 스포츠를 가르치는 한국 학교와는 딴판이었다. 김 사장은 이 같은 문화적 충격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승부를 거는 것으로 극복했다.
“교내 육상부에서 열심히 연습해 전교 1등을 했더니 저절로 친구들이 몰려들더군요. 단지 주위의 관심을 끌려고 잘하지도 못하는 스포츠를 억지로 했다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을 겁니다.”
명문 하버드대에서 학부(동아시아학 전공)와 대학원(케네디스쿨)을 마치고 매킨지 컨설턴트로 일하던 그에게는 여러가지 선택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그는 2003년 미국 델 본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여 한국델 사장으로 취임했다. 노력에 상응하는 성과가 주어지는 민간 부문에서 일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이 승부자적 기질이 발동한 것이다.
김 사장이 부임한 이후 한국델은 지난해 매출액 2,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연 100% 안팎의 고성장을 하고 있고 직원수도 50여명에서 300명으로 늘어나 사무실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 사장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래서 “비즈니스에 필요하다”는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골프는 손에 대지도 않고 있다. “골프를 몇 번 해봤는데 적성에 맞지 않더군요.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아도 짧은 게 인생 아닙니까?”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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