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아기들 기저귀 갈아 주고, 밥 먹이고, 씻기고, 재워주고… 제 평생 직업은 ‘아빠’랍니다." 키 176cm에 85kg. 쿵푸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와 남성미 물씬 풍기는 까무잡잡한 얼굴. 출근하자마자 분홍색 앞치마를 두른 조상현(25·사진)씨의 직장은 대전 동구 가양동의 사회복지시설 ‘늘 사랑 아기집’이다.
한남대 기독교학과 4학년인 조씨는 지난 겨울 사회복지학과 수업을 하면서 이곳에서 한 달간 실습했고 4월 초 ‘정원이 비면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조건으로 계약직원이 됐다.
그가 맡은 일은 보육교사(생활지도원)로 1953년 ‘늘 사랑 아기집’이 생긴 이후 남자가 채용되기는 처음이다. 조씨는 "실습 기간에 아기들을 돌보면서 한없이 기쁘고 보람을 느꼈습니다"라며 "튼튼한 체력과 꼼꼼한 성격, 아기들을 좋아하는 천성을 고려해 버려진 아기들과 일시적으로 가족이 필요한 아기들의 아빠가 되기로 결심했지요"라고 말했다. "부모님도 결국은 제 뜻을 이해해 주셨어요. 유치원 교사인 여자 친구가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을 가르쳐 주는 등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지요."
조씨는 1~4살짜리 유아 20명을 맡고 있다. 오전 8시에 출근해 아침밥을 먹이고, 씻긴 뒤 하루종일 돌봐 주다가 오후 5시에 퇴근한다. 퇴근 후에는 학교에서 야간 수업을 하고, 3~4일에 한 번씩은 밤새 잠든 아기들을 돌보는 야근 당직을 선다.
그는 "여성 교사보다 손이 크기 때문에 아기의 두 다리를 한 손으로 잡고 몇 초 만에 기저귀를 갈아줄 수 있고, 한 번에 세 명까지 가뿐히 안아 줄 수 있습니다"라며 "애들이 어지럽힌 것도 금방 치우지요"라고 말했다. "처음 와서 보니 남자 아이들이 항상 여자 선생님과 있었기 때문에 공을 차면서 노는 법도 몰랐고 제 다리에 난 털이나 같이 목욕할 때 벗은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기까지 했습니다."
정혜원 사무국장은 "남자 교사 채용시 어린이들이 아빠 하나에 엄마가 여럿이라는 식으로 가족관계를 잘못 인식할까봐 꺼렸었다"며 "그러나 상현씨는 아빠 역할을 잘 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남자들도 적성에 맞고, 경험만 쌓으면 여자보다 훌륭한 보육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선택한 직장과 아이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다짐했다. 대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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