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재개된 데는 정부의 물밑 노력이 상당했다. 남북대화가 중단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7월 벌어졌던 김일성 주석 조문 불허와 탈북자 대량 입국이었다. 북측은 즉각 각종 보도와 성명 등을 통해 정부의 조치를 비난하는 한편 예정됐던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남북 해운협력 실무접촉 등의 회담을 취소했다. 특히 9월로 예정됐던 4차 6자회담까지 무산시킨 북한은 이후 가을철 비료 10만톤을 지원받기 위해 11월 금강산에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회담을 가진 것 외에는 남북대화를 전면 거부했다.
정부의 남북대화 재개 노력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때부터 3차례에 걸쳐 북측에 남북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는 한편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방북 하는 민간인, 고위급 외교사절 등을 통한 간접적인 대화재개 요구도 있었다.
북측의 태도 변화는 올해 초부터 감지됐다. 북측 방송과 성명에서 조문, 탈북자 등에 대한 비난이 사라졌다. 또 비무장지대 산불 진압을 위한 남측 소방헬기 진입 및 구호선박의 북측 영해 진입 허용, 남측 월북어선 귀환 등 유화적 태도도 보였다.
이어 지난달 23일 이해찬 총리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회동을 갖고 대화 재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달 초 정 장관은 다시 한번 북측 핵심인사에게 대화재개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에 북측은 지난주 남북 당국 간 대화재개 의사를 전달해 왔다. 분위기가 무르 익었다고 판단한 정부는 구체적으로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회담을 제안했고, 북측은 결국 남측 제안대로 16~17일 개성회담을 수용했다.
북측은 특히 14일 판문점을 통해 남북 차관급 회담 개최에 합의한다는 전화통지문을 보내는 동시에 이례적으로 방송과 통신을 통해 이 내용을 공개하는 등 대내외 선전에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 서울-개성 출퇴근 회담/ 북측 대표들 40代 새얼굴 ‘눈길’
남북 차관급 회담은 ‘출퇴근 회담’으로 진행되고 북측의 40대 ‘회담 일꾼’이 전면에 나선다.
이번 회담의 특징은 남북대화를 복원하는 징검다리 회담이지만 격이 차관급이라는 점이다.
과거 대화복원 채널은 국장급 접촉이었지만 이번에는 남북정상회담 준비회담에서처럼 차관급으로 정해졌다. 그래서 남측은 이번 회담을 실무회담이 아닌 차관급 회담으로 부른다. 남측 대표단은 오전 7시30분쯤 북측 개성 자남산 여관으로 출발하고, 저녁에 서울로 퇴근하게 되는데 양측이 회담전략을 짜는 데에는 괜찮은 형식이지만 대표단으로서는 번거로울 것 같다.
가장 눈길이 가는 대목은 신예들로 구성된 북측 대표 진용이다.
40대 초반의 김만길 북측 단장은 5~11차 장관급 회담 대표를 맡았고, 서해교전으로 경색됐던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2002년 8월 금강산 실무접촉에서 당시 이봉조 남측 대표와 만나 7차 장관급 회담 재개에 합의한 인물. 현재 문화성 국장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을 맡고 있다. 서구풍 외모와 점잖은 매너를 갖추고 기획력과 아이디어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전종수(42) 대표는 여러 차례 장관급 회담에 얼굴을 내밀었으며 북측의 ‘386세대’로 분류된다. 박용일 대표는 남북 회담에 여러 차례 지원인력으로 참여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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