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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스승의 날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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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스승의 날 블루스

입력
2005.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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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보건대 학생은 많은데 제자는 없고, 선생은 많은데 스승은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것 같다.

비록 오륜의 항목에는 빠졌지만, 사제지간의 관계는 우리의 교육과 윤리를 발전시키는 제 ‘육륜(六倫)’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제불신’이라는 괴질이 만연하고 있으니, 교육이 흔들리고 인성이 피폐해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혹자는 한국의 장래를 낙관하지만, 나는 막연한 희망을 경계한다. 영국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에 의하면, “국가의 기초는 예술과 과학”이다. 그런데 예술은 돈이 벌리지 않아 기피하고 과학은 어려워서 외면하니, 이런 사고를 가진 자식과 부모를 가진 나라의 장래가 흥하리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뿐인가? 자식을 낳아서는 우리말을 제대로 가르치기 전에 외국어부터 가르치고,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알기도 전에 유학을 보내 남의 것부터 배우게 되니, 이렇게 외국인 손에서 자란 한국의 젊은이가 부모의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처음부터 뒤바뀐 순서가 저절로 바로 잡아지기를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식의 장래를 위해 의도적으로 외국에 가서 아이를 낳아 남의 나라 사람을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아예 뿌리 채 뽑아 국적마저 포기하게 만드니, 이런 무지가 세상에 또 어디 있단 말인가? 한국 부모들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은 어버이날 노래 가사처럼 정말 ‘가이 없어라’이다. 이제는 ‘어이없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 모르지만.

하긴 이것이 어찌 부모들만의 탓이겠는가? 매년 지식인과 전문가는 증가하지만, 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교육의 풍토가 거칠어져 가는 것은 저들 잘못이 아니지 않는가?

중국이 고구려를 자국의 역사에 포함시키고,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을 역사적 사실로 왜곡해 권리주장을 펴는 상황에서도 우리의 교육현장에는 우리 역사가 외면당하고 있으니, 이러고서도 교육정책이 있고, 국가가 있다고 할 것인가?

교육은 상행선인데 보람과 만족은 하행선이니, 부모들이 사준 차표로 기차를 타고 달리는 교육은 번번이 취업의 관문을 지나친다. 우리의 교육은 이미 재앙의 수준을 넘었다. 이런 생각에 젖다 보니 스승의날이 울적해지고, 있으나마나 한 날을 제정해놓고 지키는 것이 허망하고 답답하다. 가슴에 시드는 카네이션. 아, 스승의날 블루스여!

최병현 호남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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