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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조운호 웅진식품 사장 전통 풍물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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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조운호 웅진식품 사장 전통 풍물에 빠져…

입력
2005.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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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식품 조운호(44) 사장은 ‘신명나는 경영, 신명나는 회사’를 추구한다. 영화 ‘취화선’에서 조선시대 화가 장승업이 흥에 겨워 그림을 그릴 때 ‘호취도’(毫鷲圖)와 같은 명화가 나왔던 것처럼, 직원들이 신명이 나서 일할 때 최고의 능률이 오른다고 믿는다.

조 사장의 ‘신명 경영’은 순전히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조 사장은 부산산업대(현 경성대) 재학 시절부터 자갈치극단 등 전문 마당놀이패를 찾아 다니며 장구를 배웠다.

그는 “대학 시절 용인 한국민속촌으로 졸업여행을 갔는데, 그곳에서 마당놀이를 하던 한 어르신의 신명 난 눈빛과 마주친 이후 마법처럼 풍물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휴일 마다 흰 고무신에 한복을 입고 장구채를 잡는 바람에 손가락 마디마디가 상처투성이가 되기도 했다. 제일은행에 입행해서는 ‘어름새’라는 풍물동아리를 만들었고, 1990년 웅진식품으로 옮긴 뒤에는 사내에 ‘곰나루 민속연구회’를 꾸려 풍물강습회 등을 열었다.

그는 음료사업도 일종의 문화사업이라고 강조한다. 가을대추, 아침햇살, 초록매실, 하늘보리 등 전통음료의 탄생은 그의 그같은 지론 때문이었다. 99년 조 사장이 웅진식품의 경영을 맡았을 때 회사는 매출 400억원에 누적적자만 4,500억원에 달했다.

취임후 신제품 개발에 골몰하던 조 사장은 한국무역협회 도서관에서 ‘외국 브랜드 한국도입 연도표’라는 자료를 보곤 깜짝 놀랐다. 국내 음료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던 메이저 업체들이 내놓은 음료 대부분이 외국 브랜드였기 때문이었다. 즉시 전통음료 개발에 착수했고, 쌀 음료 ‘아침햇살’이 탄생했다.

서예가 황석봉씨를 찾아가 삼고초려 끝에 용기 디자인을 부탁하고, 광고 제작에도 참여해 카피를 직접 만들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그 결과 아침햇살은 출시 10개월 만에 음료 사상 최단기 1억병 판매기록을 세우며 ‘신명 나게’ 팔렸다.

하늘보리, 초록매실, 제주감귤 등 전통 원료를 소재로 한 후속제품 출시도 이어져 지난해 웅진식품은 1,800억원의 매출에 5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총 260만 달러를 수출했다.

조 사장은 지난해 서울 종로구 본사로 황석봉씨를 초대해 ‘기(氣) 아트전’을 연데 이어, 흥사단, 아리랑극단, 미학연구소 등 문화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음료시장 진출 10년을 기념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고천제’(告天祭) 행사를 갖기도 했다.

조 사장은 “우리의 전통 문화에는 항상 ‘흥’과 ‘신명’이 빠지지 않는다”며 “이 같은 정신을 담아 만든 우리의 전통음료가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매김할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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