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상대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국내에선 동성결혼을 놓고 ‘문화전쟁’을 치르고 있다.
첫 ‘동성애 커밍아웃 정치인’인 게리 스터드(68) 전 하원의원이 지난해 동성결혼을 한 사실이 15일 밝혀지면서 문화전쟁은 다시 가열될 조짐이다. 스터드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과거 자신의 선거구이자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매사추세츠 주 보스톤에서 딘 하라(46)와 조용하게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보도됐다.
그는 1983년 17세의 의회 사환과 성적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자 동성애자임을 공개하는 커밍아웃을 했다. 이듬해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56%의 지지로 비난의 표적이었던 그를 재선시켰었다.
그의 결혼 소식을 계기로 낙태, 줄기세포 연구, 안락사와 함께 ‘도덕적 가치’ 논쟁의 주된 쟁점이었던 동성결혼에 대한 찬반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도덕적 가치 논쟁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화두였다.
15일 보스톤 글로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0%가 동성결혼에 반대했고 37%는 찬성했다. 나머지 11%는 중립을 지켰다. 다만 동성간 ‘시민적 결합’에는 46%가 찬성, 반대 41%보다 많았다. 시민적 결합은 동성커플에게 이성부부가 누리는 법적 권리의 일정 정도만 허용하는 것이다.
동성결혼 반대성향은 65세 이상 고령자, 기독교도, 남부출신에서 강했다. 35세 이하 젊은 층과 교회에 거의 나가지 않는 사람들은 찬성성향이 높았다. 이는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로 갈라지는 미국 유권자의 정치지형과도 거의 일치한다.
첨예한 문화전쟁 와중에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P&G 등은 다양성과 소수권리 옹호의 논리로 직장 내 동성애자의 차별에 반대했다가 보수진영의 뭇매를 맞고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2003년 매사추세츠에서 처음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뒤 지난해만 6,000쌍의 동성부부가 탄생했다. 그러나 11개주는 동성결혼 금지법안을 통과시켰다. 조지 W 부시 정부도 동성결혼 금지를 위한 연방헌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상원에서 부결됐다. 이런 경위 때문에 동성결혼은 언제든지 문화전쟁에서 정치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뜨거운 이슈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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