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월까지 연장 적용키로 한 자동차 특소세 탄력세율을 연말까지 재연장한 데 대해 자동차 업계가 시큰둥한 반응이다. 특소세 탄력세율이란 배기량 2,000㏄이상은 10%, 2,000㏄ 미만은 5%인 특소세율을 한시적으로 각각 8%와 4%로 낮춰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3월 내수 진작을 위해 2004년 12월까지 한시 적용키로 했다가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올 6월까지 연장한 것을 다시 연말까지 재연장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특소세 한시적 인하가 아니라 특소세를 아예 폐지해야 내수 진작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자동차 업계의 요청에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사실 자동차 관련 세수는 정부 조세 수입의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집계한 ‘2003년 세수 현황’에 따르면 자동차 관련 세금은 취득세, 등록세, 자동차세, 교통세 등 모두 12가지에 25조1,241억원이나 된다.
이는 10년 전인 1993년의 6조9,233억원에 비해 무려 260%나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총조세 증가율은 186%였다. 총조세에서 자동차 관련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93년 13.8%에서 2003년에는 17.8%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자동차를 구입하고 운행하는 것은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나라사랑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자동차 운전자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차 값에 포함돼 있는 특소세, 교육세(특소세의 30%), 부가세, 차를 살 때 내는 취득세, 등록세, 공채, 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매년 내야 하는 자동차세, 교육세(자동차세의 30%), 차를 운행할 때 기름값에 포함된 교통세, 교육세(교통세의 30%), 주행세, 부가세 등 총 12가지나 된다.
중형 승용차를 기준으로 보면 판매가 1,533만원인 배기량 2,000cc 중형차의 운전자는 구입단계에서 473만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1년에 2만㎞를 주행(휘발유 ℓ당 1,450원)한다고 할 경우 유지 단계에서 자동차세와 유류세 등으로 매년 242만원씩을 부담해야 한다. 이 차를 5년간 사용한다고 하면 운전자가 부담해야 할 세금은 총 1,683만원으로 차 값보다 많아진다.
실제 특소세 인하는 내수진작 효과를 별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인하된 특소세율을 적용 받은 올해 1∼4월 국산차 업체들의 내수 판매는 33만9,775대로 특소세율이 더 높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5.7% 감소했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자동차는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닌데 현재 우리나라의 자동차 관련 세금은 주요 선진국의 2~5배나 되는 등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생색내기용의 특소세 인하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도록 적어도 배기량 2,000㏄ 이하 자동차에 대해선 특소세 폐지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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