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핵심 우량기업의 유통가능 주식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16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상장법인이 제출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5개 종목의 총 발행주식수에서 대주주(특수관계인과 자사주 포함)와 외국인 및 국민연금 보유분 등을 뺀 잔여주식수 비율이 최근 2년5개월 새 크게 감소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량주를 집중 매수한데다, 주주가치 제고 또는 경영권 강화 등을 위해 기업들이 자사주를 적극 사들인 결과다.
삼성전자 보통주의 경우 총 발행주식 중 잔여주식수 비율이 2002년 말 23.6%에서 13일 현재 17.2%로 감소했다. 이 기간 국내 기관들의 삼성전자 편입물량이 최소 9%를 유지해온 점에 비춰보면 현재 유통주식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실제로 2000년 10월 하루 375만주가 거래되기도 했던 삼성전자 보통주는 13일 거래량이 41만주로 떨어졌다.
시가총액 7조원을 넘는 삼성전자 우선주는 잔여주식수 비율이 31.5%에서 10.0%로 급감, 기관 보유분을 감안하면 유통주가 이미 고갈 상태에 놓였다. 한국전력도 외국인이 보유량을 급격히 늘린 데다 국민연금이 가세하면서 잔여주식수 비율이 14.1%에서 4.6%로 대폭 축소됐다. 포스코 역시 자사주 매입ㆍ소각으로 전체 발행주식수가 줄어든 가운데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부상할 정도로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외국인들이 여기에 가세하면서 잔여주식수가 총 발행주식의 17.4%에 불과한 상황이다.
우량은행 주식도 품귀 현상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은행 주식은 외국인 보유분이 69.8%에서 78.2%로 확대돼 대주주와 외국인 보유수량을 뺀 잔여주식수 비율이 20.0%에서 13.6%로 줄어들었다. 신한지주는 외국인 지분이 46.3%에서 63.3%로 급증하면서 잔여주식수 비율이 43.5%에서 28.7%로 감소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유통주식은 이미 품귀 상태에 이르렀다”며 “예정된 자사주 추가 매입과 적립식 펀드 판매 증가가 품귀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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