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시리즈를 시작했을 때, (지금의) 이라크는 없었다. 당시는 베트남 전쟁 중이었다. 하지만 그 때 베트남에서, 지금 이라크에서 미국이 자행하는 행동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조지 루카스 감독이 미국과 부시 대통령을 신랄하게 질타, 파문을 일으켰다. 1977년 시작한 ‘스타워즈’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를 들고 칸에 나타난 루카스는 “미국은 처음 가졌던 민주주의의 이상을 모두 상실하고 독재자로 변해가고 있다”고 쏘아 붙였다.
제다이 기사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악의 화신 다스베이더로 변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는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올랐다.
15일 기자회견에서 루카스 감독은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는 닉슨 대통령 시절이었고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습니다. 나는 민주주의가 독재로 돌변하는 순간을 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카이사르가 원로원 의원들에게 제거된 뒤 권력은 다시 그의 양자 아우구스투스의 손에 돌아갔습니다. 왕을 몰아낸 프랑스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나폴레옹의 손에 권력을 쥐어주지 않습니까. 역사를 돌아보면 민주주의를 지키기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민주주의는 어느 순간 독재로 얼굴을 바꾸기 때문이지요.”
지금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을 곧바로 겨냥하는 그의 이러한 역사관은 이 영화에 미국의 자성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곳곳에 배열하도록 했다. 예를 들자면 다스베이더로 변하기 직전 아나킨은 스승 오비완에게 “나와 함께 하지 않으면 적이 될 것이다”(You are either with me or you are my enemy)라고 말하는 것 등이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9.11 사태 이후 이라크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세계 각국에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지 않으면 적이 될 것이다”(You’re either with us or against us in the fight against terror)라고 말한 것을 정면으로 비꼰 것이다.
루카스는 힘주어 덧붙였다. “‘스타워즈’ 최종편의 핵심은 악의 근원에 대한 탐구입니다. (다스베이더로 변하기 전 아나킨이 제다이의 훌륭한 기사였던 것처럼) ‘선’은 언제나 ‘악’으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77, 80, 83년에 4, 5, 6편이 먼저 만들어지고 99, 2002, 그리고 올해 에피소드 1, 2, 3편이 만들어졌다. 4, 5, 6편에서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1, 2, 3편에서는 그의 아버지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뤄진다.
처음 시리즈를 시작할 당시 루카스는 특수효과 기술이 아나킨의 세계를 그리기에 부족하다고 생각, 루크 부분을 먼저 만들었다. 결국 ‘스타워즈’시리즈 번호는 통상의 제작 순서가 아닌 그 세계의 연대기 순으로 붙여진 것이다.
에피소드 1, 2편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을 받았던 반면 이 날 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3’는 대단한 호평을 받아, ‘버라이어티’지는 “최종편의 대반격”이라고 극찬했다.
칸=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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