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남북 대화와 북핵 6자회담을 거부해온 북한은 왜 남북 회담의 문을 두드린 것일까. 단순히 비료 지원을 받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생각에서인가. 또 남북 대화는 6자 회담 재개를 촉진한 것인가 아니면 지연시킬 것인가. 궁금증이 한둘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북측의 움직임을 남북 국면과 북핵 국면 모두를 겨냥한 포석으로 분석했다. 우선 김정일 위원장의 업적인 6ㆍ15 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꽁꽁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마냥 끌고 가기는 껄끄럽고, 내달 논밭에 뿌려야 할 비료도 당장 아쉽기 때문에 북측이 태도를 바꿨다는 시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 방송이 이번 회담 목적을 ‘남북대화 정상화’로 언급한 만큼 이번 회담을 계기로 장관급 회담 등 6ㆍ15 선언이후 이어졌던 각종 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남북대화에서 북핵 문제가 갖는 비중을 생각해보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현 시점의 남북 대화라는 게 북핵 문제와 연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핵 문제에 대한 북측의 입장은 회담의 의미와 향후 남북관계의 성격을 결정할 것이다.
먼저 북측이 북핵 문제에 뚜렷한 전망을 내놓지 않은 채 남측과 만난다면 대화 국면은 짧게 끝나버릴 수 있다. 핵 실험설, 영변 5㎿ 원전 가동중지와 폐 연료봉 인출 등으로 급격히 긴장이 고조된 북핵 국면의 해결 의지 없이 남북관계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북측이 향후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음은 한ㆍ중 양국으로부터 6자 회담 복귀를 종용 받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 명분 축적과 한미 당국의 분위기 탐색 차원에서 남북대화에 응했을 가능성이다. 북핵 문제의 안보리 회부 등 미국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아온 북한이 6자 회담 전 남북대화를 열어 국제사회의 압력을 낮추면서 유리한 6자회담 분위기를 조성하려 하는 경우다. 동시에 뉴욕의 북미 채널을 통해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둘러싼 양측의 실랑이를 정리하면서 미국의 진의를 확인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정부가 미국의 위임을 받아 북측의 6자회담 복귀 설득을 담당하는 적극적인 회담 전략이 요구된다”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주문도 후자의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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